'서점의 시대'에 해당되는 글 3건

  1. 사진집 전문 책방 이라선 (4) 2017.06.16
  2. 2017 서울국제도서전 관전 포인트! (4) 2017.06.03
  3. 맞춤형 책을 처방해 드립니다 (2) 2017.05.27



특색 있는 동네책방들을 초대하기로 하고 팀을 짜는 과정에서 이왕이면 그 개성을 기록으로도 남겨 독자들에게 선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어떤 형태로 만들지가 고민이었다. 날개가 없는 핸드북 형태에 책방 소개를 넣으면 어떨까. 아니, 책방 소개만으로는 아쉬운데. 그래서 주인장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걸고 권할 만한 다섯 권을 뽑아 달라”고 부탁했다. 고작 닷새간의 행사와 얼마 남지도 않은 준비기간 동안 이래저래 요구하는 것도 많다 여기며 귀찮아했을 법도 한데 모두들 흔쾌히 마감일에 맞춰 원고를 보내주었다.


다섯 권의 내용을 담은 원고는 실물 책과 함께 받았다. 글은 각자 써도 사진은 한 사람이 촬영하는 게 여러 모로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스무 군데 서점에서 다섯 권씩이니까 전부 합치면 백 권. 게다가 이 책들은 한날한시가 아니라 여러 날을 두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도착했다. 그동안 나는 원고의 교정을 보느라 도착한 책들을 세심하게 살펴볼 겨를이 없었다(는 건 변명이지만). 한데 겨우 교정을 마치고 촬영을 하려고 보니 백 권 가운데 한 권이 도통 보이질 않는 거다. 주인장이 잘못 보낸 건지 중간에서 사라진 건지 아니면 내가 잃어버린 건지 오리무중이었다.


러시아 사진가인 이브게냐의 『틱시Tiksi』라는 책이다. 포토그래퍼로 활동하며 사진집을 발행해 온 김진영, 김현국 부부가 운영하는 ‘사진집 전문 책방 이라선’이 아니면 당장은 구할 길이 요원했다. 인쇄일정이 빠듯한데 어떡하나. 어떡하긴 뭘 어떡해. 당장 이라선에 전화해서 사정을 설명한 후에 책을 다시 보내달라고 해야지. 한데 일이 공교롭게 되려고 그랬는지 원고를 보내준 김진영 씨에게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받질 않는 거다. 무슨 일이 있나. 하는 수 없이 문자를 남겼다. 급한 용무가 있다고.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연락은 오지 않았다. 이라선은 일반전화도 없다.



다음날, 책방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가 이라선으로 뛰어갔다. 모처럼 미세먼지를 신경 쓰지 않아도 좋을 만큼 쾌청한 토요일이었다. 그래서인지 책방에는 손님이 제법 많았다. 김진영 씨는 보이지 않았다. 손님들을 상대하는 건 김현국 씨였다. 나는 잠시 손님인 척하며 책방을 둘러보았다. 공간에서 가장 좋은 자리에 『틱시Tiksi』가 진열되어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덥석 집어 들었다. 비닐에 싸여 있어서 내용은 볼 수 없었다. 상관없다. 이제 김현국 씨에게 여차저차 사정을 설명하고 들고 간 DSLR로 사진을 찍자, 고 결심한 순간 김현국 씨가 뒤에서 말을 붙여왔다.


“이거, 사시려고요?”

“네? 아니, 그…….”

“아는 사람이 드문 책인데(라며 사람 좋은 얼굴로 웃음).

“네.”

“어떻게 알게 되신 거예요?(라며 뭔가 기대한다는 표정).

“(실은 나도 몰라, 사진만 찍어가려고 온 거야.)”


하지만 김현국 씨의 기대에 찬 표정을 보며 책방에 와서 사진만 달랑 찍어가겠다는 말은 도저히 할 수 없었다.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할 소린가 싶었다. “그게 아니라 작업 때문에 필요한 거잖아”라고 누군가 의아해할지도 모르지만 하여간 그때는 그랬다. 사진집 전문 책방 이라선의 묘한 분위기와 현국 씨의 선한 인상 때문이었으리라. 3초 만에 마음을 정했다. “이거 주세요, 계산은 카드로 할게요”라며 나는 호기롭게 카드를 척 내밀었다. 현국 씨는 ‘당신, 책 좀 볼 줄 아는군’이라는 듯한 눈빛을 보내더니 책과 카드를 들고 카운터로 걸어갔다. 얇긴 해도 사진집이니까 3만 원쯤 하려나. 뭐 내가 사진집을 사본 적이 있어야 알지.


삑―, 하고 바코드 찍는 소리가 들렸다. 카운터 계산기의 화면에 14,800이라는 숫자가 보였다. 현국 씨가 나에게 물었다. “할부로 할까요, 일시불로 할까요.” 어라? 순간적으로 이상하다고 느꼈다. 계산기의 숫자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14,800이 아니었다. 148,000이었다. 십사만 팔천 원. 나는 조용히 마음속으로만 읊조려 보았다. 이제라도 다 털어놓을까 하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니다. 하지만 그건 쪽팔리고도 구질구질한 짓이라는 게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일, 일시불로 해주세요.” 그때의 내 표정을 누군가 사진으로 찍었다면 이렇게 이름 붙였을 것 같다. Tiktok-I can`t breathe. 이게 산다라박 씨의 노래가사였던가. 그런 별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책방을 나왔다.


이후의 작업은 차질 없이 진행되었다. 기획 단계부터 모든 결정을 함께한 워크룸프레스의 김형진 대표가 직접 디자인까지 맡았다. 이 사람의 디자인은, 구체적으로 설명하긴 곤란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끄는 세련된 구석이 있다. ‘역대급’이라 평가받는 이번 도서전의 홍보 포스터도 그가 작업했다. 아니나 다를까. 리미티드 에디션 『서점의 시대』 역시 ‘이거, 그 인간이 했구만’이라고 할 만한 모양새로 완성되었다. 이렇게.

서울국제도서전에서 2만 원 이상의 도서를 구매하고 ‘사전등록데스크’에서 영수증을 보여주면 『서점의 시대』를 받을 수 있다. 중요하니까 두 번 말한다. 어디서 받느냐. 입구 옆 ‘사전등록데스크’다. 매일 100부 선착순

그리고 십사만 팔천 원이 찍힌 영수증과 『틱시』는 지금 내 책상에 놓여 있다. 가만히 보고 있노라니 러시아의 작은 마을 ‘틱시’에 가보고 싶어졌다. 이렇게 구입하는 책도 나쁘지 않구나. 도서전이 끝나면 러시아에 갈까. 모르겠지만 도서전이 끝나면 어디든 멀리 가고 싶다(채널예스)


덧)

이걸로 ‘마포 김 사장의 야매책방’ 연재를 마칩니다. 1년 6개월간 이런저런 잡다한 내용을 쓰며 개인적으로 몇 가지 소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너무 소소해서 그게 뭔지 말씀드리긴 좀 그렇지만. 연재를 제안해준 지혜 씨와 늘 꼼꼼하게 챙겨준 의정 씨에게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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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딩과그엄마 2017.06.16 23:16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늘 방문했던 초딩과 그엄마입니다
    아무정보 없이 갔는데 저희가 만난분이 이렇게 대단한(?)분인 줄 몰랐습니다
    추천해주신 침묵의 세일즈맨을 정신 없이 읽고 있는 딸을 보며 감사의 맘을 전하고 싶어 흔적을 남깁니다
    오늘 사온 책들 빨리 읽고 북스피어의 다른 책들도 즐겨보겠습니다

    • 마포 김사장 2017.06.19 17:53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아, 기억납니다.
      침묵의 세일즈맨이랑 희망장 사가셨지요.
      감사드려요.
      두 권 다 상당히 재미있을뿐더러
      시리즈이오니
      다른 책들도 구매를 ㅎㅎ.

  2. 언제적 스컬리 2017.06.20 18:24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하!하!하!

    그래도 좋은 책 사셨네요~ 그럼 된 거지 뭐~


6월 14일(수)부터 18일(일)까지 코엑스에서

<2017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리는 거, 알고 계시지요?

어쩌다보니 제가 이번 도서전의

‘각종 재미있는 이벤트 담당’을 맡게 되었습니다.


하여, 지금부터 간단한 브리핑을 해드릴 예정이오니

바쁘시더라도 한번쯤 거들떠봐 주시면 좋겠어요.

적어도 도서전을 구경하러 온 형제자매님들이

‘아아 지금까지와는 달리 뭔지 모르게 재미있다’

라고 여길 수 있도록 준비했으니까요.


1. 필사 서점

‘필사 서점’은 사연을 보낸 독자가

사연에 대한 답변이 될 만한 ‘시(詩)’를

다섯 명의 시인으로부터 추천받은 후에

도서전에 마련된 특별부스에서

조용히 추천받은 시를 필사하는 이벤트입니다.

‘도서전 한복판에서 홀로 추천받은 시를 필사한다’

꽤 근사할 것 같지 않습니까. 신청은 이쪽.

https://goo.gl/JQkAyt


2. “맞춤형 책을 처방해 드립니다”

도서전 기간 동안만 운영하는 큐레이션 서점

(과학 서점, 장르문학 서점, 글쓰기 서점)에서는

21명의 과학, 장르문학, 글쓰기 전문가들이

한 사람을 위한 맞춤형 책을 처방해 줍니다.

이런 네임드들을 맨투맨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죠.

신청은 아래 링크에서.

https://goo.gl/YDjyUC


3. 서점의 시대

요즘, 동네책방에 관심 있는 형제자매님들 많으시지요?

그래서 이번 도서전에 그들을 초대했습니다.

고양이 전문, 사진 전문, 음악 전문, 추리 전문 등

남다른 큐레이션을 통해 자기 색깔을 분명히 하며 최근 삼 년 사이에

서점 창업 붐을 이끌고 있는 스무 군데 동네책방들이 모여

특별히 선정한 도서를 새롭게 조합해 선보입니다.

https://goo.gl/796PAm


4. 책의 발견전

지금까지의 각종 도서전은 대개 각 출판사들이

많은 종의 책을 죽 늘어놓고 판매하는 양상으로 전개되었습니다.

이번 도서전에서는 50개의 초청 출판사들이

각자의 색깔을 확실하게 드러낼 수 있는 책을

7종씩 큐레이션하여 판매합니다.

https://goo.gl/KhpfEL


5. 그 외에도

도서전의 주빈국이 터키, 스포트라잇 컨트리가 캐나다이니만큼

터키와 캐나다 작가들의 강연과 포럼, 낭독회 등이 준비돼 있고

황석영, 김탁환, 이정명, 배수아, 정유정, 김훈 작가 등의

콘서트, 사인회, 강연이 진행됩니다.

작가들이 각 출판사의 부스에서 일일 판매원으로 나서고

도서전 관람객들을 위한 ‘리미티드 에디션’도 제작하는 중이에요.


위 (1)과 (2)는 조기마감 예상되오니 서둘러 주시고

(3), (4), (5)는 도서전 기간 동안 슬슬 놀러와 주시면 되겠습니다.

와중에 북스피어 부스에서는 뭔가 재미있는 걸 할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대관절 뭘 좀 재미있는 걸 할 거냐.

일단 이번 주까지 도서전의 이런저런 기획을 마친 후에

고민해 보려고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네...


이상,

마포 김 사장 드림.


덧)

서울국제도서전의 입장권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약간 특별"할 예정입니다.

이유는 입장권을 직접 보면 아실 거예요, 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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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차단된 자 2017.06.05 22:48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시간이 안 나서 도서전에는 못 가 보겠지만
    기획하신 코너 모두 사람들로 꽉 찼으면 좋겠어요.
    + 스컬리 님의 목소리 잘 들었습니다. 전화 걸었다가 생각지도 않았던 목소리가 들려서 화들짝!

  2. 미경 2017.06.09 11:58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헐.. 2번은 벌써 마감.
    어찌되었든 도서전에는 갈려고 합니다.
    <희망장>은 이미 소문이 났더라구요.


오는 6월 14일부터 18일까지 코엑스에서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리는 거, 알고 계시지요? 어쩌다 보니 제가 '도서전의 이런저런 각종 재미있는 거 담당'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적인 서점 정지혜 대표와 함께 지난 2월부터 영차영차 준비한 게 있어요. 글쓰기, 과학, 장르문학의 필자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스페셜 서점입니다.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운영하는 서점과 참여 필자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글쓰기 서점1>

백승권, 은유, 이만교, 표정훈, 서민


<글쓰기 서점2>

이권우, 박사, 김지은, 금정연


<과학 서점>

강양구, 이정모, 이명현, 강호정


<장르문학 서점>

김봉석, 박상준, 김용언, 박현주


<사적인 서점>

김정연, 정현주, 김민철, 한수희


아아 이토록 쟁쟁한 분들이 이렇게 왕창 모여주시기도 상당히 힘들지 않을까 싶은데 기왕 도서전에 오실 형제자매님들은 일정을 체크해 보셔도 좋을 듯해요. 

자, 신청은 여기. https://goo.gl/YDjyUC 마감은 5월 31일입니다.


덧)

아울러 <서점의 시대>에는 라이너노트, 이라선, 숲속작은책방, 위트앤시니컬, 무인서점, 슈뢰딩거, 동아서점, 사적인서점, 미스터버티고, 봄날의 책방, 더북소사이어티, 유어마인드, 얄라북스, 스토리지북앤필름, 미스터리 유니온, 땡스북스, 사슴책방, 사이에, 비플랫폼,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이상 20개 동네책방이 참여합니다.


다른 건 모르겠고, 어쨌거나 이번 도서전은 '이곳을 찾은 독자들에게 많은 볼거리와 재미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첫 번째 바람입니다. 이후로 계속, 준비한 행사들을 알려드릴 테니 모쪼록 잘 부탁드려요. 참고로 북스피어는 <책의 발견전>에 참여합니다. 저는 물론 도서전 기간 내내 부스를 지킬 예정이에요. 그러니까 놀러오실 분들은 빙그레 바나나우유 사오시면 좋겠...


...가 아니라, 북스피어 부스 말고 도서전에 참여하는 동네서점들 책을 왕창왕창 좀 사주시면 좋겠습니다...



아... 그리고 사무실에 이런 게 도착했는데, 



날씨가 이렇게 좋은 토요일인데 딱히 할일도 없어서 다음 달에 출간할 김탁환 작가의 신작 최종 교정쇄를 들여다 보는 둥 마는 둥 하는 중입니다. 그런데 택배 아저씨가 선물을 주고 가셨어요. 보내신 분 이름도, 안에 메모도 없었지만 제 이름이 새겨진 거니까 제 거겠지요? 아마도 생일선물로 보내셨으리라 짐작하는 가운데 보내주신 분이 확인할 수 있도록 보고는 해야 할 거 같아서. 이름 새겨진 만년필, 처음 받아 봄(완전 신기한데 팔아먹지는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만년필에 이름을 새겨서 선물할 수 있구나, 신기하다는 생각을 잠시). 감사해요. 이걸로 뭘 좀 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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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꺄오 2017.05.29 09:41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이니셜 만년필 멋지네요.^^
    뒤통수? 조심하셔야 겠네요.
    숨어서 감시하는 -> 지켜봐주시는 팬들이 있으니 헛길로 새지 마시고 더 재밌는 책 많이 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