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268건

  1. 할인보다 재미 (1) 2017.06.22
  2. 좋아해요 (2) 2017.06.21
  3. 개강 2017.06.19
  4. 사진집 전문 책방 이라선 (4) 2017.06.16
  5. 도서전 첫날 (2) 2017.06.14
  6. 왜 단지 출입문까지 굳이 내려오는가 하는 문제 (4) 2017.06.14
  7. 웃음 (13) 2017.06.10
  8. 누군가 (8) 2017.06.09
  9. 족자 속 고승에게 붙어 있는 성가신 것 2017.06.09
  10. 동네책방을 응원합니다 (4) 2017.06.07


서울국제도서전의 마지막 날, 조촐한 시상식이 있었다. “<책의 발견전>에 초대된 50개의 출판사 중 어느 곳이 가장 마음에 드셨나요?”라는 질문에 답한 독자들의 설문과 도서전 운영위원들의 투표로 뜨인돌, 허밍버드, 남해의 봄날이 선정되어 꽃다발과 상금을 받았다. 뜨인돌은 영국의 탐험가로서 남극탐험 역사상 가장 특별한 이야기를 선사한 어니스트 헨리 섀클턴 경에 관한 다섯 종을 큐레이션하고 ‘새클턴의 위대한 항해 사진전’으로 벽 전체를 꾸미는 한편, 부스를 찾은 독자들에게 큐레이션 취지와 사진에 담긴 상황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다.



허밍버드 출판사는 부스 내에 자판기를 설치했다. 버튼을 누르고 1초간 기다리면 컵이 나오는 건 커피 자판기와 똑같다. 다른 건 이 컵에 커피가 아니라 ‘책 속 한 줄 카피’가 담겨 있었다는 거다. 그래서 이 자판기의 이름은 ‘카피(copy) 자판기’이다. 남해의 봄날은 통영에서 직접 운영하는 서점 겸 게스트하우스 ‘봄날의 집’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공간에서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의 작가와 독자 만남 행사를 열었다. 찾는 독자가 많은 책이었던 만큼 큰 홀을 빌릴 수도 있었지만 작은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 서로 지근거리에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했다.



나는 이 세 출판사의 큐레이션과 부스 인테리어와 이벤트가 이번 도서전의 특징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각종 도서전은 대개 각 출판사들이 많은 종의 책을 죽 늘어놓고 판매하는 양상으로 전개되었지만, 이번에는 ‘어떻게 하면 독자들과 즐겁게 놀 수 있을까’라거나 ‘이런 걸 하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에 공을 들인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에게도 “책 많이 팔았어?”라고 물어보는 대신 “북스피어에 설치한 책 선물 뽑기 기계랑 재생불능반품 낱장 판매 아이디어 참 좋던데, 독자들 반응은 어땠어”라고 물어보는 출판관계자가 많았다.



도서전 기간 동안 담당자들은 SNS에 올라오는 독자들의 의견을 계속 모니터했다. 혹시 불편했다는 내용이 있으면 바로 수정하거나 다음 도서전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다행이라고 할지 5000원짜리 입장권 금액만큼 도서 구매 쿠폰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점과 전국의 특색 있는 동네책방들을 한자리에서 마주할 수 있었던 점이 좋더라는 소감이 자주 눈에 띄었다. “‘폭망한 행사’라고 부르던 도서전에 참여해 달라고 부탁했을 때 선뜻 수락해준 동료 서점들에게 너무 고맙다. 그들이 아니었으면 이번 도서전은 이렇게까지 호평을 받지 못했을 거다. 출판협회가 이 점을 절대 잊지 않았으면 한다”는 아트디렉터 김형진 씨(는 <서점의 시대> 기획과 홍보 포스터, 리미티드 에디션 제작을 맡아서 전례 없이 세련된 디자인을 선보였다)의 견해에 나도 완전히 동의한다.



무엇보다 “도서전 같은 쓸데없는 짓 그만 하고 책이나 싸게 팔아라”는 얘기가 들리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고무적이었다. 나만 못 들은 건지도 모르지만, 관련 기사에 툭하면 달리던 정가제 관련 댓글도 보이지 않았다. 물론 개선해야 할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다양한 행사를 효과적으로 홍보하지 못해 사전신청 이벤트에 참여하지 못한 독자가 많았다는 점과 부스의 구조나 배치가 세심하지 못했다는 점 등은 과제로 남았다. 하지만 ‘변신’의 두 번째 행사를 치를 때는 어렵지 않게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본다. 끝으로 한 가지만 더 얘기하고 싶다. 이번 도서전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제아무리 용을 써도 요지부동이던 체중이 5킬로그램이나 빠졌다. 덕분에 조금 잘생겨진 것 같아서 기쁘다. 지난 석 달 동안 주말도 없이 도서전 준비에 열을 올렸으니, 이제 그동안 못했던 연애를 해야겠다.(머니투데이)


덧)

바쁘신 와중에 찾아준 모든 형제자매님들께 감사드려요. 빙그레 바나나 우유는 정말 실컷 먹었습니다 ㅎㅎ. 







저작자 표시
신고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미경 2017.06.23 10:44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사전등록까지 했는데도 불구, 탱자탱자잘 놀게 해주던 회사에서 12시간 근무가 잡혀서 내일까지 정신이 없을 예정이네요.
    매년 도서전과 와우 북..행사는 다니고 있었는데..
    하필 북스피어가 함께 하는 도서전을 못 가다니!!!!

    저도 이사 준비로 3킬로 빠졌는데 일주일만에 바로 제자리로 오더군요.
    관리 잘하고 올 10월, 홍대 부근에서 뵈어요~~

좋아해요

from 이런저런 이야기 2017.06.21 11:39


도서전 끝나고 할일 없는 인간들끼리 어제 세렌북피티에 모여 노닥거리다가 이런 걸 발견했다. 교통경찰 아저씨 두 분이 바로 지근거리에 있어서 살짝 쫄았지만 강성민이 막 우겨서 찍었다. 강성민과 주일우는 나보다 나이는 훨씬 많은데 별 쓸따리없는 걸 좋아하는 건 어째 애들 같아서... 저는 좋아합니다.




덧)

아, 그리고 이런 깜찍한 걸 하고 있는데 한번 거들떠봐 주시면 좋겠어요^^.


알라딘_https://goo.gl/GWGWsk

예스24_https://goo.gl/gLyvcE

교보_https://goo.gl/L4sgFw

인터팍_https://goo.gl/Hynd2J



저작자 표시
신고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구가모 2017.06.22 17:44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평일에 도서전을 가려했으나 여의치않아서 토요일에 갔다가 사람이 너무많아서 이리 저리 치이고는 뻗어버린 1인 입니다
    줄도 길게서고 입장도 줄서서하고 부스를 둘러볼때도 사람에 떠밀리고 심지어는 쥬스한잔 마실 자리도 없더군요ᆢㅎ
    좋은구경 많이 하고 왔습니다
    평소 사지않던 분야의 책도 충동구매하고
    사람구경도 실컷하고ᆢ아주 즐거운시간이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보여서 더 뿌듯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네요ᆢ다들 가족같았습니다
    사장님도 애 많이쓰셨습니다~^^
    신문 기사에도 나시고ᆢ완전 유명인 이시네요~~
    앞으로도 힘내셔서 재밌는 책 많이 만들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 마포 김사장 2017.06.22 23:20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맞아요, 토요일은 정말 사람이 많았어요.
      코엑스에서 입장객 제한해야 한다고
      했을 만큼...
      어쨌거나 요 몇 달 동안
      도서전에 사람이 하나도 안 오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얼마나 다행인지.
      찾아주셔서 감사해요^^.

개강

from 이런저런 이야기 2017.06.19 17:51


도서전이 끝나면 한숨 돌릴 줄 알았건만 아침부터 (도서전 관련) 칼럼과 인터뷰와 강의 요청이 한꺼번에 들어와서 아직 점심도 못 먹었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살려주세요), 어쩌다가 이런 신세가 된 건지. 그 와중에 엑스플렉스에서 5주간 진행되는 ‘1인 출판 스타트업’ 강의가 코앞으로 다가왔으니 홍보를 하라는 주최측의 기별이 있었다. 네, 내일(화요일) 개강. 절대로 수강료가 아깝다는 기분이 들지 않도록 잘 하겠습니다.



저작자 표시
신고
Tag // 배고프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특색 있는 동네책방들을 초대하기로 하고 팀을 짜는 과정에서 이왕이면 그 개성을 기록으로도 남겨 독자들에게 선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어떤 형태로 만들지가 고민이었다. 날개가 없는 핸드북 형태에 책방 소개를 넣으면 어떨까. 아니, 책방 소개만으로는 아쉬운데. 그래서 주인장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걸고 권할 만한 다섯 권을 뽑아 달라”고 부탁했다. 고작 닷새간의 행사와 얼마 남지도 않은 준비기간 동안 이래저래 요구하는 것도 많다 여기며 귀찮아했을 법도 한데 모두들 흔쾌히 마감일에 맞춰 원고를 보내주었다.


다섯 권의 내용을 담은 원고는 실물 책과 함께 받았다. 글은 각자 써도 사진은 한 사람이 촬영하는 게 여러 모로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스무 군데 서점에서 다섯 권씩이니까 전부 합치면 백 권. 게다가 이 책들은 한날한시가 아니라 여러 날을 두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도착했다. 그동안 나는 원고의 교정을 보느라 도착한 책들을 세심하게 살펴볼 겨를이 없었다(는 건 변명이지만). 한데 겨우 교정을 마치고 촬영을 하려고 보니 백 권 가운데 한 권이 도통 보이질 않는 거다. 주인장이 잘못 보낸 건지 중간에서 사라진 건지 아니면 내가 잃어버린 건지 오리무중이었다.


러시아 사진가인 이브게냐의 『틱시Tiksi』라는 책이다. 포토그래퍼로 활동하며 사진집을 발행해 온 김진영, 김현국 부부가 운영하는 ‘사진집 전문 책방 이라선’이 아니면 당장은 구할 길이 요원했다. 인쇄일정이 빠듯한데 어떡하나. 어떡하긴 뭘 어떡해. 당장 이라선에 전화해서 사정을 설명한 후에 책을 다시 보내달라고 해야지. 한데 일이 공교롭게 되려고 그랬는지 원고를 보내준 김진영 씨에게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받질 않는 거다. 무슨 일이 있나. 하는 수 없이 문자를 남겼다. 급한 용무가 있다고.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연락은 오지 않았다. 이라선은 일반전화도 없다.



다음날, 책방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가 이라선으로 뛰어갔다. 모처럼 미세먼지를 신경 쓰지 않아도 좋을 만큼 쾌청한 토요일이었다. 그래서인지 책방에는 손님이 제법 많았다. 김진영 씨는 보이지 않았다. 손님들을 상대하는 건 김현국 씨였다. 나는 잠시 손님인 척하며 책방을 둘러보았다. 공간에서 가장 좋은 자리에 『틱시Tiksi』가 진열되어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덥석 집어 들었다. 비닐에 싸여 있어서 내용은 볼 수 없었다. 상관없다. 이제 김현국 씨에게 여차저차 사정을 설명하고 들고 간 DSLR로 사진을 찍자, 고 결심한 순간 김현국 씨가 뒤에서 말을 붙여왔다.


“이거, 사시려고요?”

“네? 아니, 그…….”

“아는 사람이 드문 책인데(라며 사람 좋은 얼굴로 웃음).

“네.”

“어떻게 알게 되신 거예요?(라며 뭔가 기대한다는 표정).

“(실은 나도 몰라, 사진만 찍어가려고 온 거야.)”


하지만 김현국 씨의 기대에 찬 표정을 보며 책방에 와서 사진만 달랑 찍어가겠다는 말은 도저히 할 수 없었다.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할 소린가 싶었다. “그게 아니라 작업 때문에 필요한 거잖아”라고 누군가 의아해할지도 모르지만 하여간 그때는 그랬다. 사진집 전문 책방 이라선의 묘한 분위기와 현국 씨의 선한 인상 때문이었으리라. 3초 만에 마음을 정했다. “이거 주세요, 계산은 카드로 할게요”라며 나는 호기롭게 카드를 척 내밀었다. 현국 씨는 ‘당신, 책 좀 볼 줄 아는군’이라는 듯한 눈빛을 보내더니 책과 카드를 들고 카운터로 걸어갔다. 얇긴 해도 사진집이니까 3만 원쯤 하려나. 뭐 내가 사진집을 사본 적이 있어야 알지.


삑―, 하고 바코드 찍는 소리가 들렸다. 카운터 계산기의 화면에 14,800이라는 숫자가 보였다. 현국 씨가 나에게 물었다. “할부로 할까요, 일시불로 할까요.” 어라? 순간적으로 이상하다고 느꼈다. 계산기의 숫자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14,800이 아니었다. 148,000이었다. 십사만 팔천 원. 나는 조용히 마음속으로만 읊조려 보았다. 이제라도 다 털어놓을까 하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니다. 하지만 그건 쪽팔리고도 구질구질한 짓이라는 게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일, 일시불로 해주세요.” 그때의 내 표정을 누군가 사진으로 찍었다면 이렇게 이름 붙였을 것 같다. Tiktok-I can`t breathe. 이게 산다라박 씨의 노래가사였던가. 그런 별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책방을 나왔다.


이후의 작업은 차질 없이 진행되었다. 기획 단계부터 모든 결정을 함께한 워크룸프레스의 김형진 대표가 직접 디자인까지 맡았다. 이 사람의 디자인은, 구체적으로 설명하긴 곤란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끄는 세련된 구석이 있다. ‘역대급’이라 평가받는 이번 도서전의 홍보 포스터도 그가 작업했다. 아니나 다를까. 리미티드 에디션 『서점의 시대』 역시 ‘이거, 그 인간이 했구만’이라고 할 만한 모양새로 완성되었다. 이렇게.

서울국제도서전에서 2만 원 이상의 도서를 구매하고 ‘사전등록데스크’에서 영수증을 보여주면 『서점의 시대』를 받을 수 있다. 중요하니까 두 번 말한다. 어디서 받느냐. 입구 옆 ‘사전등록데스크’다. 매일 100부 선착순

그리고 십사만 팔천 원이 찍힌 영수증과 『틱시』는 지금 내 책상에 놓여 있다. 가만히 보고 있노라니 러시아의 작은 마을 ‘틱시’에 가보고 싶어졌다. 이렇게 구입하는 책도 나쁘지 않구나. 도서전이 끝나면 러시아에 갈까. 모르겠지만 도서전이 끝나면 어디든 멀리 가고 싶다(채널예스)


덧)

이걸로 ‘마포 김 사장의 야매책방’ 연재를 마칩니다. 1년 6개월간 이런저런 잡다한 내용을 쓰며 개인적으로 몇 가지 소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너무 소소해서 그게 뭔지 말씀드리긴 좀 그렇지만. 연재를 제안해준 지혜 씨와 늘 꼼꼼하게 챙겨준 의정 씨에게 감사드려요.




저작자 표시
신고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초딩과그엄마 2017.06.16 23:16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늘 방문했던 초딩과 그엄마입니다
    아무정보 없이 갔는데 저희가 만난분이 이렇게 대단한(?)분인 줄 몰랐습니다
    추천해주신 침묵의 세일즈맨을 정신 없이 읽고 있는 딸을 보며 감사의 맘을 전하고 싶어 흔적을 남깁니다
    오늘 사온 책들 빨리 읽고 북스피어의 다른 책들도 즐겨보겠습니다

    • 마포 김사장 2017.06.19 17:53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아, 기억납니다.
      침묵의 세일즈맨이랑 희망장 사가셨지요.
      감사드려요.
      두 권 다 상당히 재미있을뿐더러
      시리즈이오니
      다른 책들도 구매를 ㅎㅎ.

  2. 언제적 스컬리 2017.06.20 18:24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하!하!하!

    그래도 좋은 책 사셨네요~ 그럼 된 거지 뭐~



도서전 첫날. 행사장에 도착하자마자 첫 번째 미션이 떨어졌다. 오늘 VIP 방문이 있으니 요조 씨와 함께 '서점의 시대' 가이드를 맡으라는 것. 그리하여, 지근거리에서 만나게 된 영부인의 특징을 요약해 볼짝시면 (1) 다정하고 (2) 사교적이며 (3) 누구의 얘기든 귀담아 듣는다... 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그게 포즈든 실제 성격이든 상관없이, 할애된 시간을 상당히 넘겨가며 동네서점과 출판사 사람들이랑 책 얘기를 얼마나 즐겁게 하시던지, 모처럼 뿌듯하더라.


형제자매 여러분, 도서전은 내일도 즐거울 예정입니다...



저작자 표시
신고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언제적...스컬리 2017.06.15 17:19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오오오오오오오!!!!
    부러울 따름이에요! 영부인을 저렇게 지근거리에서!!!


망원동 마젤란 아파트로 이사 오고 나서

처음으로 관심이 가는 자매님이 생겼다.

다만 계기가 좀 묘한데

오늘은 그 얘기를 한자락 해볼까 한다.


자매님을 처음 본 건 4월의 어느 주말이었다.

숙제도 교정지도 마감해야 할 원고도 없는

그야말로 한가한 토요일이라 오랜만에 늦잠을 잤다.

눈을 뜬 건 대략 12시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밀린 빨래와 청소를 마쳤더니 슬슬 배가 고파졌다.

가만 있자, 아파트 출입문 바로 옆에

매일매일 반찬이 여섯 가지나 나오는 백반 집이 생겼던데.

오늘은 거기 가서 한 끼 때울까.


그렇게 생각하고

내가 사는 101동 단지 출입문을 막 나서는데

삼색 츄리닝 차림에 모자를 눌러쓴 채

입구에 서 있는 자매님 한 분이 보였다.


한눈에도 모닝세안세족을 하지 않았음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손에는 핑크색 장지갑을 들고 있었다.

이내 스쿠터 한 대가 그 앞에 도착했다.

파파존스 피자 배달원이었다.


자매님은 피자를 받아들더니

지갑에서 카드를 척 꺼내서 계산하고는

후다닥 단지 출입문 안으로 사라졌다.

그때는 그게 별로 이상하지 않았다.


내가 이상하다고 느낀 건

그로부터 2주 정도 지난 평일 저녁,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퇴근하던 무렵이다.

이번에는 나이스한 정장 차림이어서 못 알아봤다.


혹시 지난 번 그분이 아닐까 짐작한 건

자매님이 내가 사는 단지 출입문 앞에서

페리카나 치킨 배달원으로부터

치킨 봉다리를 건네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제야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저 자매님은 대관절 왜 단지 출입문까지 굳이 내려와

피자며 치킨을 받아가는 걸까.

자기 아파트에서 편하게 받으면 될 것을.


너무 배가 고파 조금이라도 빨리 먹으려고?

아니면 가족 몰래 혼자 다 먹으려고?

아니었다.

이유는 내가 보쌈을 시킨 날 알게 되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배달원이 올 기미가 없어서

보쌈집에 재촉 전화를 했다.

떠난 지 벌써 한참 됐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혹시나 싶어 베란다에서 스윽 얼굴을 내밀었더니,


단지 입구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두 사람이 보였다.

원 할머니 보쌈 스쿠터가 있는 걸로 봐서 한 명은 배달원이고,

상대는 여성인 듯싶었는데

직감적으로 ‘그 자매님’임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서둘러 아래로 달려 내려갔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막 끼어들려는

바로 그때―,


덧)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형제자매님은

오는 6월 17일(토) 오후 3시 30분~5시까지

서울국제도서전(코엑스)에서 열리는

김탁환-마포 김 사장 토크쇼에 놀러와 주십시오.


이날 행사는

오늘 막 출간된 김탁환 작가의 신작 에세이

『그래서 그는 바다로 갔다』의 출간기념회이므로

토크쇼 중간에 서프라이즈 이벤트가 있습니다.


그 서프라이즈 이벤트가 뭐냐.

와보시면 알아요.

아마 깜짝 놀라실 것!(막 던진다)

그럼 토요일날 뵙겠습니다.


아울러 토크쇼가 끝나고 5시부터 7시까지

김탁환 작가가 북스피어 부스에서

일일 판매원으로 나섭니다.

사진, 사인, 악수, 포옹 등등 막 요구하셔도 무방.


하필이면 그날 바빠서 못 오겠다는 형제자매님은...

그냥 책을 사주시면 되겠습니다.

이번 책은 특별한 판형으로 만들었으니

살까 말까 고민하시다가 '쇼부'가 안 나면 실물을 구경해 주세요.


온라인서점 이벤트 페이지는 오늘내일 올라올 테니

참조해 주시옵고.

한편, 마포 김 사장의 지령 44호 발송했습니다.

45호부터 받아보실 형제자매님은 아래 비밀댓글 남겨주시길.

http://booksfear.com/519



마포 김 사장 드림.

저작자 표시
신고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2017.06.14 16:3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언제적...스컬리 2017.06.15 17:21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근데.... 책 사면, 북스피어 책 3만원 이상 사면 주는 머그컵이요..
    나는 북스피어 책 다 사서 살게 없는데....
    .... 머그컵 많으니까 패쓰.

  3. 언제적...스컬리 2017.06.15 17:24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이럴떈.. 서울 살고 싶어요.
    저기 갈 수 있으니까.

    아침에 출근하면서 잡다한 생각을 하는 중에 문득.. 도서전은 왜 서울에서만 할까..
    하다못해 5대 광역시 돌면서 하면... 지역민도 가볼 수 있잖아. 했는데..
    그러면... 돈 많이 들겠더라구요..ㅋ 진열할 책이랑. 물품들 가져가려면 작은 출판사는 힘들겠다 싶었어요..

    막내를 얼렁 키우고 훌훌 다닐 떄가 와야할 텐데!

웃음

from 이런저런 이야기 2017.06.10 23:12


이번 도서전에서 북스피어 부스를 어떻게 꾸며야 하나

를 아침부터 고민하다가 간만에 ‘아스테지’를

사용해 볼까 싶어서 동네 문방구에 갔다.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아스테지’는

일종의 코팅 효과를 내기 위해 종이 위에 입히는

비닐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문방구 카운터에는 두 명의 자매님이 무료한 얼굴로

멍하니 앉아 있었다. 내가 아스테지를 달라고 하자

“접착식이요, 비접착식이요?” 하고 묻는다.


두 가지 종류가 있는 줄 몰랐던 내가 멀뚱히 있자

오른쪽 자매님이 신경질적인 어조로 다시 물었다.

“접착식으로 드려요, 비접착식으로 드려요?”


비로소 내게 필요한 게 접착식임을 깨달았지만

‘거참, 잘 모를 수도 있지, 뭘 그걸 신경질을 내나’

싶어서 빈정이 상했다.


“(무뚝뚝하게) 접착식으로 주세요.”

“(무뚝뚝하게) 얼마나 드려요?”

“(급당황하며) 네?”

“얼마나 드. 리. 냐. 고. 요.(계속 신경질)”

“어떻게 파시는데요?(약간 위축됨)”

“<마> 단위로 팔아요.”

“<마>……요?”


아니, <마>가 얼마나 되는지 내가 어찌 안단 말인가.

이쯤 되자 나도 화가 났고 다시 묻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아서

“그럼…… 한…… <마>만 줘보세요” 하고 말았다.


오른쪽 자매님이 끊어다 준 아스테지를 보니

그 정도면 대충 괜찮겠다 싶어 가만히 카드를 내밀었다.

그러자 왼쪽 자매님이 계산을 마치고 뭔가를 스~윽 건네준다.


“이게 뭔가요?”

“떡이요. 저희가 이번에 10주년이라서.”

예쁜 상자에 담긴 백설기였다.


나도 10주년을 무사히 통과한 장사꾼으로서

한 업계에서 10년이나 버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기에

조그만 문구점이 실로 잘도 버텼구나 싶어 감탄했다.


순수하게 축하해줘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입을 달싹거리려는 찰나, 아뿔싸

내가 화가 난 상태임을 뒤늦게 자각한 거다.


순간적으로,

그러니까 약 0.1초 사이에

이걸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했다.


현재의 내 기분학상

“10주년 축하드려요”는 살살거리는 거 같아서 싫고

“10주년 축하드립니다”는 좀 딱딱한 거 같고.


그러는 와중에 대사는 이미 “아, 10주년 축하……”

까지 튀어나와 버렸다.

이제 종결어미를 뭘 쓰느냐만 남았는데,


내가 뭐라고 했냐면.

참내. 기가 막혀서.

이랬다.


“아, 10주년 축하……하오.”

그것도 완전 무뚝뚝한 사극 톤으로.

말해놓고 나서는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다.


그러자 나에게 떡을 건넨 자매님이 “풋” 하고 웃었다.

그러자 오른쪽에 있던 자매님도 “킥” 하고 웃었다.

나도 고개를 숙인 채 “큭” 하고 웃었다.


문방구를 나오니

아까의 그 웃음 같은 봄바람이 살랑, 분다.

그나저나 한 <마>는, 지금 보니까 너무 크다…….



저작자 표시
신고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김정희 2017.06.11 00:12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김탁환 선생님!

    북스피어 전속 작가님 이신가요? 작가님을 판매까지 시키시다니..
    작가님도 놀라시겠어요. 날 이렇게 시켜먹는 출판사는 북스피어가 처음이야 하면서 즐기시는건가...

  2. 스티브 2017.06.12 11:59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무려 김탁환 선생님!!!
    오~ 대박입니다.
    안그래도 토요일에 가려고 했는데
    김탁환 선생님 책 가져가면 사인받을 수 있나? 히~

    • 마포 김사장 2017.06.13 00:28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토요일 3시 반부터 5시까지는
      이벤트홀에서 김탁환 샘 강연이 있고,
      그거 끝나면
      5시부터 7시까지 북스피어 부스에서
      일일 판매원으로 근무하십니다.
      와서 싸인 맘껏 받아, 형.

  3. 라디오키즈 2017.06.12 18:06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준비하신 도서전 대박나시길 기원 하오~~(풉)

  4. 2017.06.13 13:5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5. 이리나 2017.06.13 15:01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이번 국제도서전도 또 그냥 지나가오.
    대신 힘써주시오.
    (종결어미 하나 바꿨을 뿐인데 余가 힘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 몹시 기쁘오, 又呀嚇)

  6. 네모 2017.06.14 00:24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래서 그는 바다로 갔다> 이거 알라딘에 올라왔길레 주문했는데 이거 사은품 있는 거 아니죠? 있으면 취소했다가 다시 주문하려구요.

    • 마포 김사장 2017.06.14 03:09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있어요.
      이 책 포함해서 북스피어의 사회파 작가
      소설을 3만 원 이상 구매하면...
      아마 내일쯤 이벤트 페이지 올라올 겁니다.
      인터넷 서점은 서지정보 등록하고
      하루가 지나야 이벤트 페이지가 등록되는 시스템.
      ...이니까 저를 원망하진 말아주세요...

    • 네모 2017.06.14 10:04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3만 원 이상이면 상관없네요. 이미 다 있어서...T.T

누군가

from 이런저런 이야기 2017.06.09 17:43


지난주, 광화문에 있는

어느 영화관에서 목격한

성추행 사건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평일 오후 2시 무렵이었다.

내가 그런 시간에 영화관에 있었던 것은

그야말로 시간을 죽이기 위해서였다.

도서전 관련 미팅 시간을 잘못 계산했다.


평소 같으면 교보문고라도 어슬렁거렸을 테지만

그날은 너무 피곤하고 졸렸기 때문에

눈이라도 붙이려는 불순한 의도로 영화관을 찾았다.

다행히 객석에는 관객이 거의 없었다.


상영작은 <나는 부정한다>라는 영국영화였다.

같은 줄 가운데쯤에 여자 관객이 혼자 앉아 있었다.

그래서 그분이 수상하게 여기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거리를 두고 자리를 잡았다.


영화가 시작되고 잠시 꾸벅꾸벅 졸았다.

그런데 아까 그 여자 관객이 부시럭부시럭 움직이면서

뭐라고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리는 거다.

어느새 그 여자 옆에 앉은 남자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뭐야, 커플이었나? 하고 생각하며

다시 잠을 청하려 했을 때

여자의 목소리가 살짝 들렸다.

“―이러지 마세요.”


그 소리에 잠이 달아났다.

여자분은 막 엉거주춤 일어나

내가 있는 줄 끄트머리 쪽으로

도망치려 하고 있었다.


옆에 있던 남자가 여자의 손목을 잡고 있는 모습이

스크린 빛으로 또렷하게 보였다.

그녀는 그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힘이 모자란 모양이었다.


평소 불의를 보면 일단 피하고 본다는 것이

나의 부끄러운 세계관인데,

그때 내가 대뜸 끼어든 까닭은

잠이 덜 깬 상태였기 때문이리라.


나는 벌떡 일어나 여자 쪽으로 다가가며

“거기, 무슨 일입니까?”

하고 약간 목소리를 높여서 물었다.

드문드문 혼자 온 관객들이 이쪽을 힐끔 돌아보았다.


영화관이라 다행이었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환한 곳에서 보면 내가 얼마나 겁먹은 얼굴이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을 테니까.

그렇다면 치한의 태도는 전혀 달랐을 게 분명하다.


어둠의 힘을 빌어 나는 좀 더 크게 말했다.

“아저씨, 지금 뭐하시는 거냐고요!”

뒤쪽에 앉은 남자 관객 한 명도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자리에서 슬며시 일어섰다.


그러자 치한은 쯧, 하고 혀를 차더니

재빨리 출입문 쪽으로 도망갔다.

중간에 한 번 내 쪽을 돌아보았는데

양복 차림의 젊은 남자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가 거칠게 문을 열고 닫았기 때문에

로비의 불빛이 들어와

나는 봉변을 당하고 있던 젊은 여자가

떨면서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는 그 여자를 로비로 데리고 나왔다.

의자에 앉히고 직원을 부르려 하자

여자는 그러지 말아 달라며 작은 백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그러고는 눈물을 닦으며 내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서…(약간 울컥),

아까는 정말 당황했는데…(한숨)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학생 같지는 않았지만 무척 어려 보였다.


입을 다물고 있으면 실례다 싶었는지 약간 상기된 목소리로

혼자서 영화를 보러 이곳에 자주 오는데

여태 기분 나쁜 일이 없었기 때문에

별 걱정을 하지 않았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나는 맞장구를 치면서

당신이 잘못한 것은 아니고,

그렇게 노골적으로 막돼먹은 짓을 하는 치한은 드문데

많이 놀랐겠다고 하는 식의 이야기를 반복했다.


얼굴이 아직 창백한 상태로 집에 가야겠다고 하기에

나는 극장 밖까지 배웅해 주겠다고 했다.

그 치한이 아직 근처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불쑥 들었기 때문이다.


여자가 머뭇거리기에 나는

“아까 그놈이 아직 어슬렁거리고 있을지 모르니까요”

라고 얼른 설명하며

내가 이상한 인간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명함을 건넸다.


여자는 내 명함을 받아들더니

눈물이 남아 있는 눈동자로

명함과 나를 몇 번인가 번갈아가며

빤히 쳐다보았다.


“북스피어 출판사?”

“네.”

“저, 미야베 미유키의 <누군가>라는 소설을 지금 읽고 있어요.”

“아, 정말요?”

“이 시리즈의 다음 권도 읽으려고 사두었고요.”

“<이름 없는 독>이랑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이요?”

“네(약간 웃음).”

“그, 그럼 혹시 지난주에 이 시리즈의 신작이 나온 건 알고 계신가요?”

“아뇨, 몰랐어요.”

“<희망장>이라고 5월 31일에 출간되었습니다(웃음).”

“아, 그렇군요.”


“네, 미야베 미유키의 현대물 신작 <희망장>에서는

소심한 편집자 스기무라 사부로가

서민생활밀착형 탐정으로 전직하여

마침내 도쿄의 낡은 건물에 탐정 사무소를 차리거든요.


대망의 첫 의뢰인은 이웃의 친한 아주머니인데요.

자신의 궁금증을 조사해 달라는 것이 의뢰의 내용으로

잘 해결해 주면 당번제 쓰레기장 청소를

일 년간 면해 주겠다는 귀여운 거래를 제안하죠.”


가까운 서점에서 구입해 주시길.


이상,

마포 김 사장 드림.


덧)

위 성추행 사건은

<누군가>에서 스기무라 사부로가 겪은 내용입니다.

치한에게 나쁜 일을 당할 뻔한 여자를 구해준

스기무라는 결국 그분과 결혼합니다...


지금도 이따금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할 때가 있다.

"우스운 이야기지만 그 치한이 우리를 맺어준 셈이야. 그렇지?"

아내가 이런 말을 재미있다는 듯이 해 주는 것이 나는 기쁘다.

교제를 시작하고 나서 꽤 시간이 흘러,

그때 그 치한이 무슨 짓을 하고 무엇을 하게 하려고 

어떤 천박한 말을 건넸는지 나호코가 가르쳐 주었다. 

순간적인 의분으로 내가 재빨리 행동을 취한 것을 나는 스스로에게

깊이 감사하고 있다. p. 155 


저도 언젠가부터 다른 불의는 참지만

치한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을 보면

참지 않고 있습니다.

어쨌든 누군가 나서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더군요.

이 이야기의 교훈 또한 그러한 것일 거라 생각합니다.



저작자 표시
신고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언제적 .. 스컬리 2017.06.09 18:37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와! 멋있다 하려고 했는데.. ㅋ
    누군가를 읽는다는 처자라길래 오오 인연인데!!
    했는데... ㅋ

    영화관에서 자리를 멀찍이 잡았다는 대목에서 눈치챘어야 하는데.. ㅋ
    (요즘은 거위 멀티플랙스 극장인데.. 서울은 아직그런데도 있나보다 했네요 ㅎ)

    소설 한번 집필하심이...ㅋㅋㅋ

    • 마포 김사장 2017.06.09 18:45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아유, 누군가 내용 그대로잖습니까.
      스컬리 님 정도 되면
      딱 보고 아셔야지.
      그건 그렇고 희망장 속 미션지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셨지요?

  2. 김정희 2017.06.09 19:11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제가 경찰할때, 근무일지를 주로 팀장급에서 짜는데 새로온 젊은 남자순경과 근무 조금한 여경을 같은 순찰조로 짰었어요. 순찰차로 범인 추적하다 교통사고를 크게 당해서 남경,여경이 같이 입원했었어요. 둘이 2인실 같이 썼고 결국 사귀게 되어 결혼하더군요. 정말 남,녀 사이는 모르는거더라고요

    • 마포 김사장 2017.06.09 20:48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저도 언젠가부터 다른 불의는 참지만
      치한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을 보면
      참지 않고 있습니다.
      어쨌든 누군가 나서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더군요, 흐음.

  3. 박은미 2017.06.10 11:17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희망장 다 읽어가는데 재미있고 마음아프기도 하고 다 읽기 너무나 아까워서 조금씩 읽고
    있어요. 그림자밟기 다시 읽어보려고 합니다.

  4. 라디오키즈 2017.06.12 18:08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도입부까지는 정말 두근두근 했는데...ㅎㅎ


내가 열 살 무렵의 일이다. 어느 겨울 아침, 우리 집 대문 앞에서 바싹 야윈 승려 한 명이 쓰러진 채 발견된 적이 있다. 내 아버지는 심성이 착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다. 승려는 집 안으로 옮겨졌고 따뜻한 음식 덕분에 곧 기력을 회복했다. 아버지는 “병원에라도 가보세요”라며 얼마간의 돈을 건넸다. 그런데 승려가 고개를 저으며 마음은 감사하지만 자신은 이미 목숨이 다해서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거라는 얘기를 담담히 하는 게 아닌가. 


그러고는 답례라며 찢어지고 헤진 보따리에서 족자를 꺼냈다. 항아리와 승려가 그려진 족자였다. 희한한 것은 그 자리에 있던 아버지와 엄마와 내 동생에게는 항아리밖에 보이지 않았다는 거다. 나에게만 항아리와 항아리 밖으로 목을 내밀고 있는 승려가 보였다. 내가 그 사실을 얘기했더니 승려는 내 아버지만 따로 불러서 이렇게 당부했다고 한다. 


족자 속 승려가 보였다는 것은 경사스러운 일이다, 이제 나도 안심하고 죽을 수 있겠다, 이 족자는 세상의 모든 병으로부터 당신의 아들을 지켜줄 거다, 다만 족자 속 고승에게는 딱 한 가지 성가신 것이 붙어 있다, 곧은 마음만 있으면 물리칠 수 있는 성가심이지만 떠맡기게 되어 참으로 미안하다, 허나 당신의 아들에게 보이고 말았으니 이젠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여기고 용서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고는 곧장 우리 집을 떠났기 때문에 생사 여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해가 바뀌어 내가 다니던 학교에 집단 눈병이 돌기 시작했을 때 과연 승려의 말은 사실임이 판명되었다. 눈병뿐만이 아니라 나는 흔해빠진 감기 한번 걸리지 않았다. 단, 병에 걸리지 않은 건 ‘족자 속 고승에게 붙어 있는 성가신 것’의 정체를 알게 되기 전까지의 일이다. 아아, 몰랐더라면 좋았을 텐데.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지만 그 정체가 대관절 무엇인지 궁금한 형제자매님들께서는 미야베 미유키의 <그림자밟기>를 읽어봐 주시길 부탁드린다. (시사인)


덧) 

미미 여사의 신작 <희망장>, 읽고 계시지요? 책 속에 들어 있는 카드를 어떻게 써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형제자매님들이 계셔서 한 말씀. 카드 아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주세요...





저작자 표시
신고

댓글을 달아 주세요


도서전에 참여하는 동네책방들이 자신만의 선구안으로 선별한 책을 모아서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제작할 예정이에요. 제목은 '서점의 시대'이며 도서전에서 일정 금액 이상 책을 구매한 독자들에게 특별사은품으로 증정합니다. 펀딩 금액은 '서점의 시대' 제작비로 사용될 예정.


1

작년 여름에 저는 '김탁환의 전국제패'라는 이름으로 동네책방을 돌며 독자와의 만남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때 느꼈던 건, 각 도에서 가 볼 만한 동네책방이 겨우 한 군데이거나 아예 없었던 과거와 달리 가보고 싶은 곳이 많아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당혹에 가까운 감정이었습니다.


2

한편으로 그 과정에서 동네책방과 동네책방 사이의 교류나 동네책방과 출판사의 접점이 의외로 적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출판사(동네책방)와 동네책방(출판사) 사이에 '가느다란 선' 같은 게 생긴다면 '독자들을 위해' 뭔가 더 재미있는 기획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아닐지도 모르지만 시도해서 나쁠 건 없을 듯했습니다.


3

그렇다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계기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고양이 전문, 사진 전문, 음악 전문, 추리 전문 등 남다른 큐레이션을 통해 자기 색깔을 분명히 하며 최근 삼 년 사이에 서점 창업 붐을 이끌고 있는 스무 군데 동네책방들이 특별히 선정한 책과 함께 도서전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죠.


4

출판사들도 적극적이었습니다. 창작과비평사, 글항아리, 은행나무, 이음, 사회평론, 마음산책, 바다출판사 등이 애써 주었고 24명의 작가들이 동네책방을 응원하기 위해 힘을 모아주었습니다. 아아, 이렇게 뭔가 함께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마포 김 사장 드림.




덧)

참고로 말씀드리면 리미티드 에디션 <서점의 시대> 디자인은 워크룸프레스(네, '제안들' 시리즈를 만든)의 김형진 디자이너가 맡아주었고, 조기 품절이 예상됩니다. 신청 및 후원은 아래에서 받고 있어요. 

https://storyfunding.daum.net/project/15876



저작자 표시
신고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스티브 2017.06.08 09:20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신청완료!!!
    도서전 때문에 바쁘시구만
    참고로 나는 유시민작가님의 부채가 탐나네, 흠흠...
    펀딩 성공하기를!!!

  2. 언제적...스컬리 2017.06.08 17:24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으응.. 다 갖고 싶네.


    참.. 근데 희망장 예약구매 하면 도서전 미션카드 온다했는데...
    못 갈걸 알아서 그런지... 카드 같은 거 없는데요..
    스기무라 탐정사무소 개업 경축카드만 있던데.. 혹시 이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