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의 마지막 날, 조촐한 시상식이 있었다. “<책의 발견전>에 초대된 50개의 출판사 중 어느 곳이 가장 마음에 드셨나요?”라는 질문에 답한 독자들의 설문과 도서전 운영위원들의 투표로 뜨인돌, 허밍버드, 남해의 봄날이 선정되어 꽃다발과 상금을 받았다. 뜨인돌은 영국의 탐험가로서 남극탐험 역사상 가장 특별한 이야기를 선사한 어니스트 헨리 섀클턴 경에 관한 다섯 종을 큐레이션하고 ‘새클턴의 위대한 항해 사진전’으로 벽 전체를 꾸미는 한편, 부스를 찾은 독자들에게 큐레이션 취지와 사진에 담긴 상황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다.



허밍버드 출판사는 부스 내에 자판기를 설치했다. 버튼을 누르고 1초간 기다리면 컵이 나오는 건 커피 자판기와 똑같다. 다른 건 이 컵에 커피가 아니라 ‘책 속 한 줄 카피’가 담겨 있었다는 거다. 그래서 이 자판기의 이름은 ‘카피(copy) 자판기’이다. 남해의 봄날은 통영에서 직접 운영하는 서점 겸 게스트하우스 ‘봄날의 집’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공간에서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의 작가와 독자 만남 행사를 열었다. 찾는 독자가 많은 책이었던 만큼 큰 홀을 빌릴 수도 있었지만 작은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 서로 지근거리에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했다.



나는 이 세 출판사의 큐레이션과 부스 인테리어와 이벤트가 이번 도서전의 특징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각종 도서전은 대개 각 출판사들이 많은 종의 책을 죽 늘어놓고 판매하는 양상으로 전개되었지만, 이번에는 ‘어떻게 하면 독자들과 즐겁게 놀 수 있을까’라거나 ‘이런 걸 하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에 공을 들인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에게도 “책 많이 팔았어?”라고 물어보는 대신 “북스피어에 설치한 책 선물 뽑기 기계랑 재생불능반품 낱장 판매 아이디어 참 좋던데, 독자들 반응은 어땠어”라고 물어보는 출판관계자가 많았다.



도서전 기간 동안 담당자들은 SNS에 올라오는 독자들의 의견을 계속 모니터했다. 혹시 불편했다는 내용이 있으면 바로 수정하거나 다음 도서전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다행이라고 할지 5000원짜리 입장권 금액만큼 도서 구매 쿠폰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점과 전국의 특색 있는 동네책방들을 한자리에서 마주할 수 있었던 점이 좋더라는 소감이 자주 눈에 띄었다. “‘폭망한 행사’라고 부르던 도서전에 참여해 달라고 부탁했을 때 선뜻 수락해준 동료 서점들에게 너무 고맙다. 그들이 아니었으면 이번 도서전은 이렇게까지 호평을 받지 못했을 거다. 출판협회가 이 점을 절대 잊지 않았으면 한다”는 아트디렉터 김형진 씨(는 <서점의 시대> 기획과 홍보 포스터, 리미티드 에디션 제작을 맡아서 전례 없이 세련된 디자인을 선보였다)의 견해에 나도 완전히 동의한다.



무엇보다 “도서전 같은 쓸데없는 짓 그만 하고 책이나 싸게 팔아라”는 얘기가 들리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고무적이었다. 나만 못 들은 건지도 모르지만, 관련 기사에 툭하면 달리던 정가제 관련 댓글도 보이지 않았다. 물론 개선해야 할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다양한 행사를 효과적으로 홍보하지 못해 사전신청 이벤트에 참여하지 못한 독자가 많았다는 점과 부스의 구조나 배치가 세심하지 못했다는 점 등은 과제로 남았다. 하지만 ‘변신’의 두 번째 행사를 치를 때는 어렵지 않게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본다. 끝으로 한 가지만 더 얘기하고 싶다. 이번 도서전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제아무리 용을 써도 요지부동이던 체중이 5킬로그램이나 빠졌다. 덕분에 조금 잘생겨진 것 같아서 기쁘다. 지난 석 달 동안 주말도 없이 도서전 준비에 열을 올렸으니, 이제 그동안 못했던 연애를 해야겠다.(머니투데이)


덧)

바쁘신 와중에 찾아준 모든 형제자매님들께 감사드려요. 빙그레 바나나 우유는 정말 실컷 먹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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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경 2017.06.23 10:44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사전등록까지 했는데도 불구, 탱자탱자잘 놀게 해주던 회사에서 12시간 근무가 잡혀서 내일까지 정신이 없을 예정이네요.
    매년 도서전과 와우 북..행사는 다니고 있었는데..
    하필 북스피어가 함께 하는 도서전을 못 가다니!!!!

    저도 이사 준비로 3킬로 빠졌는데 일주일만에 바로 제자리로 오더군요.
    관리 잘하고 올 10월, 홍대 부근에서 뵈어요~~

좋아해요

from 이런저런 이야기 2017.06.21 11:39


도서전 끝나고 할일 없는 인간들끼리 어제 세렌북피티에 모여 노닥거리다가 이런 걸 발견했다. 교통경찰 아저씨 두 분이 바로 지근거리에 있어서 살짝 쫄았지만 강성민이 막 우겨서 찍었다. 강성민과 주일우는 나보다 나이는 훨씬 많은데 별 쓸따리없는 걸 좋아하는 건 어째 애들 같아서... 저는 좋아합니다.




덧)

아, 그리고 이런 깜찍한 걸 하고 있는데 한번 거들떠봐 주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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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구가모 2017.06.22 17:44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평일에 도서전을 가려했으나 여의치않아서 토요일에 갔다가 사람이 너무많아서 이리 저리 치이고는 뻗어버린 1인 입니다
    줄도 길게서고 입장도 줄서서하고 부스를 둘러볼때도 사람에 떠밀리고 심지어는 쥬스한잔 마실 자리도 없더군요ᆢㅎ
    좋은구경 많이 하고 왔습니다
    평소 사지않던 분야의 책도 충동구매하고
    사람구경도 실컷하고ᆢ아주 즐거운시간이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보여서 더 뿌듯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네요ᆢ다들 가족같았습니다
    사장님도 애 많이쓰셨습니다~^^
    신문 기사에도 나시고ᆢ완전 유명인 이시네요~~
    앞으로도 힘내셔서 재밌는 책 많이 만들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 마포 김사장 2017.06.22 23:20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맞아요, 토요일은 정말 사람이 많았어요.
      코엑스에서 입장객 제한해야 한다고
      했을 만큼...
      어쨌거나 요 몇 달 동안
      도서전에 사람이 하나도 안 오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얼마나 다행인지.
      찾아주셔서 감사해요^^.

개강

from 이런저런 이야기 2017.06.19 17:51


도서전이 끝나면 한숨 돌릴 줄 알았건만 아침부터 (도서전 관련) 칼럼과 인터뷰와 강의 요청이 한꺼번에 들어와서 아직 점심도 못 먹었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살려주세요), 어쩌다가 이런 신세가 된 건지. 그 와중에 엑스플렉스에서 5주간 진행되는 ‘1인 출판 스타트업’ 강의가 코앞으로 다가왔으니 홍보를 하라는 주최측의 기별이 있었다. 네, 내일(화요일) 개강. 절대로 수강료가 아깝다는 기분이 들지 않도록 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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