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이라고 아시는지. 요즘 인터넷을 이용하는 형제자매님들에게는 낯선 용어일 수도 있는데 개인용 컴퓨터(PC)를 다른 컴퓨터와 전화회선으로 연결하여 자료를 주고받는 시스템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듯하다. 95년인가 하여간 그 무렵에는 나도 밤이면 밤마다 PC통신이라는 신세계에서 죽돌이로 살았다. 하지만 오래 접속해 있으면 전화요금이 그만큼 누적되기 때문에 툭하면 “야, 이 미친놈아, 너는 밤마다 전화통 붙들고 대체 뭘 하는 거냐”며 엄마한테 한소릴 듣곤 했다.


그때 내가 가장 많이 사용했던 서비스는 하이텔 채팅이었다. 가상의 대화방을 만들어 놓고 누군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방식이다. 내가 곧잘 사용한 방 이름은 은희경 씨의 소설집 제목인 ‘타인에게 말 걸기’. 아아, 그 유치찬란함에 소오름이 끼칠 정도라는 거 나도 알지만 당시에는 다들 그러고 놀았다. (그렇지 않습니까?) 방 밑에는 간단한 신상정보를 적어 놓는다. 예컨대 ‘서울/22세/남’ 같은 식으로. 이후로는 근성을 가지고 이성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지긋이. 다른 분들은 아닐 수도 있지만 하여간 나의 경우에는 오로지 ‘이성을 만나겠다’는 일념 하나뿐이었다.


실제로 매일 새벽까지 채팅방에서 생면부지의 이성과 만났다. 대화가 잘 진행되면 직접 마주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를 전문용어로 ‘번개’라 한다. PC통신 초창기에는 번개 문화도 꽤 건전했다고 할까. “번개로 만나서 결혼했어요” 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들리곤 했다. 그 왜 한석규, 전도연 씨가 주연으로 출연했던 영화 <접속>도 있었고 말이지. 하지만 왜 아니겠냐는 듯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한번은 번개로 눈이 돌아갈 정도로 미인인 자매님을 만난 적이 있다. 영퀴방(영화퀴즈방)에서 노닥거리다가...


...까지 썼을 때 한겨레 담당기자에게 연락을 받았다. 이제 연재는 고만 해도 되겠다고. 그러니까, 짤린 거다. 작년 6월부터 시작했으니 얼추 1년쯤 썼다. 슬슬 소재도 떨어져가는 마당이어서 매주 불면의 밤을 보냈는데 다행이라고 할지. 아쉬운 마음이 없진 않지만 어쨌거나 그동안 <마포 김 사장의 찌질한 사생활>을 거들떠봐주신 형제자매님들께 감사드린다. 연재에서 짤렸다고 그 찌질함이 어디 갈 리는 없겠습니다만.


덧)

그건 그렇고 찾아보니 '추억의 PC통신'이라는 게 있더군요. 그, 특유의 시작음을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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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남극펭귄 2017.05.11 15:04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윈도우 98부터 시작해서, pc통신은 이름만 들어봤습니다만.... (저는 컴퓨터를 늦게 시작한 케이스입니다.)

    저 화면사진을 보니까 떠오르는 일화가 있네요.
    방학 때마다 할머니네 집에 가보면 막내삼촌방에 삐까뻔쩍하고 겁나 큰 컴퓨터가 있었어요. (당시는 ms-dos였을 겁니다.)
    사촌들과 저는 삼촌이 일을 나가시면 컴퓨터에 손을 대며 놀았었는데, 삼촌이 신신당부하길 컴퓨터 게임 중에 절대로 하지 말라는 게임이 있었어요.
    그때의 우리는 고인돌이라는 몽둥이로 때려잡는 게임에 심취하였기 때문에 신경도 안 쓰고 있었는데, 삼촌이 자꾸 얘길하니까 그 게임이 신경쓰이는 겁니다.
    그래서 출근한 삼촌 몰래 그 게임을 열었더니.... 어머나 세상에나 그 게임으로 말하자면, 여러 개의 박스를 움직여서 미로처럼 되어있는 길을 트고, 동그란 원을 획득하는 엄청 재밌는 박스게임이었어요.
    근데 그 게임을 할때마다 삼촌이 귀신같이 알아가지고 만날 혼을 냈어요. 우리는 도대체 왜 혼나야하는지, 왜 그 게임이 성인용인지 알 수가 없었죠.
    몇번씩 혼이 나면서도 몰래 게임을 하다보니 실력이 일취월장하여 6번째인가 8번째 게임을 처음으로 클리어했는데, 세상에나... 야한 비키니를 입은 언니가 나온 화면이 몇 초간 뜨더라고요.
    그때 우리가 좀 더 나이가 있었으면 눈이 호강하는 구경이라 했을텐데,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이라 컴퓨터가 망가졌는지 알고 컴퓨터 전원을 꺼버린 참으로 안타까운 일화가 있었습니다.......

  2. 실비아플라스 2017.05.11 15:18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찌질한 사생활인데 찌질하게 짤렸으면 뭔가 언행일치가 되었을텐데...너무 평범하게 연재짤렸네요.
    담당자에게 뭔가 김치싸대기라도 맞고 짤리길 바란건 아니지만요.
    찾아가며 읽은 칼럼이었는데 아쉽네요.

    • 마포 김사장 2017.05.15 10:32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마지막은 정말 찌질한 내용으로 하려고 했는데,
      그랬으면 정말 밑천이 드러났을 텐데,
      막판에 연재가 중단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막 듭니다.

  3. 언제적..스컬리 2017.05.11 16:10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ㅋ 나름 재미있었는데..시원섭섭하시겠어요.

    전 저 pc통신할 때는 갓 대학생이어서.. 더 몇년 지난후 좀 더 세련된 화면에서 채팅사이트의 여왕이었댔죠..ㅋ

    전.... 무려 점심시간 직장에서 했었답니다.
    밥 후닥 먹고 컴퓨터 각도 조절 잘 해서 윗사람이나 다른 사람이 컴터 화면 보지 못하게 하고
    방을 열면... 기다려다는 듯이 들어오던 몇명 고정 멤버들도 있었죠..ㅋㅋㅋㅋㅋ

    그 때 일이 하루죙일 컴퓨터로 도서정리하는 일이었으니.. 가능한 일이었죠.ㅎㅎㅎ(일 되게 열심히 한 줄 알거에요)
    번개하러 서울까지 간 적도 있었다는 건 비밀.

    아... 한번은 대덕연구단지 연구소의 한 연구원와 번개를 했는데... 그 당시 유행이었던 닥터 두기를 상상하며 나갔건만... 스마트한 닥터 두기가 아니 약간 비만의 현실 버전 연구원이 나왔어요.

    전 좀 당황스러우면 웃어버리는 버릇이 있는데... 나중에 들으니 자길 보고 그렇게 환하게 웃는 여자는 처음이었대요...

    그 분이 조금 더 적극적이었다면... 그분 각시가 됐을지도 모르는데...ㅎㅎㅎ

    그만 우리 남편을 아이러브스쿨에서 만나 버리는 바람에... 갈아탔답니다..

    음..... 잘 살겠죠? 그분?


  4. 차단된 자 2017.05.11 16:21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우와, 반가운 화면이다!
    저는 나우누리랑 하이텔 이용자였어요.
    일반 채팅은 무서워서;;; 못해봤고 나우누리 동호회에서 밤마다 사람들하고 채팅을 했지요.
    덕분에 육아 우울증 없이 그 시기를 무사히 넘겼다는... ^^*

  5. 푸른하늘 2017.05.14 02:55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는 하이텔 사용자였는데 번개도 몇번, 동호회도 좀 자주 했었네요. 지금 같았다면 번개는 엄두도 못 냈을텐데 그때는 정말 순수하고 건전했던 거 같아요. 통신 연결음이 막 떠오르네요 ㅎㅎ

    • 마포 김사장 2017.05.15 10:35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그때는 정말 다들 순수한 구석이 있었달까.
      영퀴방 같은 거에 막 열광하고,
      예의도 깍듯이 차리고 말이죠.
      다시 한번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고 가끔 떠올리는 요즘입니다.

  6. 책도락가 2017.05.17 19:18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랜섬웨어가 창궐한 요즈음, 김사장님 글을 보고는 문득 그 옛날 바이러스라는 것이 처음 들어왔던 때의 뉴스가 생각나, 조카에게 농담을 해보았어요. "어떡하냐. USB 쿠킹호일로 감고 다녀야 하나?" 아뿔싸, 웃으라고 한 이야기를 조카는 못알아듣습니다. 순간 나의 늙음을 확인했지요. "너 혹시 5.25 플로피디스켓 아니?" 했더니 모른답니다. 이 아이가 처음 본 플로피디스켓은 3.5인치. 게임업계에서 일하는 컴능력자 조카를 붙들고 386컴퓨터 시절부터 차근차근 가르쳐준 후, 오늘의 랜섬웨어 대란 만큼이나 엄청났던 대국민 첫 바이러스 경험 사건을 알려주었습니다. 그 시절 바이러스의 창궐로 안모 씨의 아들이 의사에서 백신잡는 철수씨로 직업을 바꾸게 되었다는 전설과, 뉴스에도 등장했던, 플로피디스켓을 쿠킹호일로 감싸면 바이러스에 안걸린다더라 하는 일종의 컴퓨터 민간요법이 일파만파 퍼져나갔었다고 설명해주니, 거의 30분을 깔깔거리네요. 아, 그때 그 시절 이야기를, 굳이 이때 이 시절 아이에게 이해시키려 애쓰다가, 고작 한 번 던져본 농담을 이해시키려 애쓰다가 난 옛날사람이 되었습니다. 뭐, 사실 옛날 사람이지만... 쩝쩝쩝. 이게 이게 다... 김사장님 때문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