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만들어지는 시스템

에 대해서 나는 별로 아는 게 없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하게 체감하고 있다. 제아무리 유능한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잘나가는 배우가 출연할 예정이라는 뉴스가 공중파에서 보도되어도 영화라는 건 여봐란 듯이 극장에 걸리기 전까지는 개봉 여부를 장담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북스피어가 만든 120여 종의 소설 가운데 영화화 얘기가 보도된 적이 있는 책은 숱하게 많다. 올리버 스톤 감독이 연출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제작과 주연을, 민규동 감독이 시나리오를 썼다는 소식이 각종 매체를 통해 알려질 때마다 ‘아아, 디카프리오 형이 주연이라면 원작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건 시간문제겠어’라며 한껏 기대했다.


물론 영화화가 된다고 해서 원작소설이 잘 팔린다는 보장은 없다. 출판사가 영화화에 목을 매는 것도 딱히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내용이 좋아서 출간을 결정했는데 뒤늦게 영화로까지 제작된다니 이참에 책도 잘 팔려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기대는 편집자라면 누구나 다 해봤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기다려 온 세월이 11년. 영화화는 좀처럼 쉽지 않았다. 이제는 다 포기하고 고향에 내려가서 농사나 지을까. 그런 생각도 종종 했더랬다. 그런데 말입니다. 마음을 비웠더니 만들어지더라고요. 북스피어의 공동대표인 최내현 씨가 번역하고 제가 심혈을 기울여 편집한 <이와 손톱>(The Tooth and the Nail)이 마침내 5월 9일 개봉한다는 소식입니다.

<이와 손톱>은 빌 밸린저의 대표작

으로 초판 출간 당시 결말 부분을 봉한 뒤 봉한 부분을 뜯지 않고 가져오면―즉, 결말을 읽지 않아도 좋다는 독자라면―책값을 돌려준다는 대담한 마케팅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아마도 소설의 초고를 읽은 편집자가 ‘이런 전개라면 결말을 안 궁금해 할 수가 없겠다’며 감탄하던 중, 참신한 마케팅 아이디어를 내놓지 않으면 구워서 먹겠다는 식으로 사장에게 괴롭힘을 당하다가 엉겁결에 봉인이라는 발상을 했을 거라고 나 혼자 상상해 보는데 어쨌거나 봉인해 놓으면 뜯어보지 않고는 못 견딜 거라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마케팅인 것이죠.


이번에 영화화 기념으로 번역과 표지를 다시 손보면서 ‘결말 봉인 특별판’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예전에 구하려다가 못 구하신 형제자매님들은 이번에 구해두셔도 좋겠어요. 한정판이라고...까지 얘기하는 저도 참 이런 잔머리 쪽으로는 꽤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봉인본의 뒤쪽에는 일부러 접지하지 않았습니다. 접지하면 봉인을 해체할 때 책장이 찢어지거나 망가지겠더라고요. 그러니 봉인본으로 소장하실 분들은 뒤쪽을 접합재로 붙여서 간직하시길. 2쇄부터는 일반판으로 제작되니까요.


그나저나 영화는 어떻게 만들었을까. 잘 만들어졌다면 좋겠는데. 일단 예고편은 그럴싸하니까 한번 보시겠습니까. https://goo.gl/WOvHRQ 뭐, 흥행에 대해서는 마음을 비웠습니다. 정말이에요. 


마포 김 사장 드림. 


덧)

북스피어 사상 첫 영화화인데 그냥 넘어갈 순 없고. 대충이라도 뭔가 잔치잔치대잔치적 이벤트를 걸어 보겠습니다. 혹시 북스피어에서 출간한 2008년판 <이와 손톱> 봉인본을 소장하고 계신 형제자매님 계십니까. 


2008년판 <이와 손톱> 초판 한정 봉인본+2017년판 <이와 손톱> 초판 한정 봉인본의 인증샷을 본인의 SNS에 올리고 '두 초판 한정 봉인본을 소장한 덕후의 뿌듯함'을 잘 표현해 주신 분께, 전국 개봉관 어디서든 관람이 가능한 영화티켓 2장을 보내드릴게요. 


영화사에서 협찬 받았습니다. 홍보 좀 해달라고ㅎㅎ. 그렇기도 하고 '과연 2008년판 <이와 손톱> 초판본'을 얼마나 소장하고 계실지 궁금하기도 했어요. 5월 4일까지 올리신 SNS 주소를 아래 댓글에 남겨주시면 그중에 다섯 분을 모실게요. 





WRITTEN BY
_호야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

트랙백  0 , 댓글  9개가 달렸습니다.
  1. 차단된 자 2017.04.20 16:38 신고
    제목이 바뀐 속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이와 손톱' 하면 뭔가 첫 느낌이 호러 같아서 저 같은 사람(=호러 거부자)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을지 몰라요. ^^;
    전 초판 한정 봉인본이 없지만,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이많이 인증샷 올려주시면 좋겠네요.
    • 아, 그럴 수 있겠군요.
      이와 손톱.
      이는 괜찮지만 손톱은 호러스럽죠, 확실히.
      그래도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제목이 좀 그래요.
      비난할 마음은 없지만요.
  2. 언젯적... 스컬리 2017.04.20 17:34 신고
    오오옷! 투표하고 보러가야 겠당!

    난 왜 저런 뉴스를 모르고 있었을까요.
    기대만발..


    이와 손톱은.. 분명 사서 읽었지만.... 내 머릿 속의 지우개... 어디론가 사라진 책.
    ㅋㅋ. 그냥 사서 보지요.
  3. 'The Wife of the Red-Haired Man' 좀 출간해주시면 안될까요? T.T 몹시 읽고 싶어요.
    예전에 결말 봉인 보다 더한 것도 있었어요.
    'Who Killed the Robins Family?' 라는 작품이 있는데 초판에 아예 결말을 실지않고 결말을 맞춰보라고 공모전을 했다고하는데, 이게 국내 출간되면서 똑같이 결말을 실지않고 100만원 공모전을 했었다고... 오래전에 헌책방에서 이 책을 보고 이게 뭐냐하고 안샀는데 지금 후회가....
  4. 음... 드디어 영화화 되는군... 이런 마음으로 느긋하게 사장님의 지령을 읽다가 '다 포기하고 고향에 내려가서 농사나 지을까. 그런 생각도 종종 했더랬다.' 에 화들짝 놀라서 재빨리 주문했습니다.^^
    • 근데 알아보니까 내려갈 만한 고향이 없어서...
      이왕 이렇게 됐으니 영화도 잘 만들어졌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텐데 말이죠.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