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다. 학기 중간에 다른 학교에서 전학을 왔기 때문이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겠지만 내 쪽에도 문제가 많았다. 왜 그랬는지 그때는 친구를 새로 사귀는 게 귀찮아져서 책상에 엎드려 자거나 책을 보거나 하여간 오리새끼처럼 입을 꽉 다물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무리에 속하지 못하고 겉돌았다. 이렇게는 학교생활이 힘들어지겠다 싶어서 뒤늦게 관계를 만들어 보려고 했지만 좀처럼 쉽지 않았다. 어떤 놀이든 내가 끼면 대놓고 싫은 기색을 보이는 놈도 있었다. 점심시간에 혼자 밥을 먹고 집에 갈 때도 혼자 갔다. 무슨 씨스타도 아닌 마당에.


그러던 어느 날 생일초대를 받았다. 반장이었다. 박지원이라는 이름이다. 늘 예쁜 원피스를 입고 다니는 아이였다. 시험을 볼 때마다 일등은 도맡다시피 했다. 지금도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당시 국민학생들의 생일이란, 엄마가 차려놓은 생일상에 둘러앉아 촛불을 켜고 축하 노래를 부르고 해가 질 때까지 노는 그런 모임을 말한다.


어찌어찌 파티에 간 것까진 좋았는데, 반장을 제외하곤 다들 ‘쟤가 여길 왜 온 거지, 수군수군’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잔뜩 먹고 골목에서 남자 쪽은 발야구, 여자 쪽은 고무줄 사이를 뛰며 놀았다. 나는 어디에도 끼지 못한 채 전봇대 옆에 멍하니 서 있었다. 적당히 때를 봐서 집에 갈 생각이었다.


그렇게 십 분가량 지났을까. 별안간 반장이 발야구경기장(?)에 난입하더니 두 손으로 공을 홱 낚아채는 게 아닌가.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충 이렇게 말했던 것 같다. 너네들 왜 홍민이만 빼놓고 노느냐고. 막 야단을 치는 거다. 친구끼리 그러는 거 아니라는 둥, 계속 그러면 공을 내주지 않겠다는 둥 기세가 굉장했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다들 사이좋게 지내면 좋지 않느냐...고까지 얘기하진 않았지만 하여간 남자들 쪽은 한 눈에 척 보기에도 전의를 상실한 표정이었다. “그, 그럼 새로 편먹고 처음부터 다시 할까”라는 말이 누군가의 입에서 나왔다. 그리하여 나도 엉거주춤한 모양새로 같이 놀게 되었다. 모처럼 즐거웠다, 그날의 생일 모임은.


그 뒤로는 어땠냐면 반에서 말을 거는 아이들이 슬슬 늘기 시작했다. 전선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유난히 나를 싫어하던 놈과는 단짝이 되었고 점심을 먹을 때도 집에 갈 때도 늘 옆에 친구들이 있었다. 성적도 눈에 띄게 올랐다. 한 번인가 반장을 이겼던 기억이 난다. 그리하여 2학기 때는 내가 반장이 됐다. 어디까지나 투표로 말이지.


갑자기 이런 얘기를 끼적이는 까닭은 <사라진 왕국의 성>을 좀 더 근사하게 소개하고 싶다는 마음에 다시 읽다가, “입학 직후부터 따돌림을 당했고 오가키 같은 남자애의 귀에까지 그런 소문이 들릴 정도로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시로타의 모습에서 한때의 내 그림자를 본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미야베 미유키는 세상과 벽을 쌓은 채 고민하는 인간이나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 모두를 구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작가는, 과거를 바꾸는 데 동의하지 않는 주인공의 입을 빌려, 타인의 어리광을 받아주거나 상처를 핥아주는 것은 진정한 인정이 아니라 자신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을 뿐인 도피라고 말한다. 결국 스스로 딛고 일어나는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 시선으로 보자면 내 경우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또래 아이들보다 어른스러웠던 반장 덕분이다. 중학교에 올라가서 딱 한 번, 4학년 생일모임에 갔을 때의 기억을 더듬어 용마산자락 아래 어딘가에 있을 그 집을 찾아보려고 했던 적이 있다. 발야구를 했을 정도이니 골목이 제법 컸을 텐데 근처를 몇 번이나 돌아도 비슷한 골목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


흐음,

지금도 어딘가에서

속 좁고 치사한 남자들을 막 야단치며

잘 살고 있겠지.


아마도 틀림없이 그럴 거라고 짐작해 보는 봄날의 오후 무렵이다...


이상,

불현듯 반장을 떠올려버린

마포 김 사장의 자축성생일기념

낙서였습니다.


혹시라도 축하해 주고 싶다는 형제자매님들께서는 입으로만 그러지 마시고 미야베 미유키의 신간 <사라진 왕국의 성>을 한 권씩 사주십시오. 이미 구입하신 분들은 한 권 더 사서 옆사람한테 선물해...

...라고까지 말씀드리면 참으로 뻔뻔한 얘기지만 어디까지나 오늘은 제 생일이니까 말이죠.



덧) 사진 속 카드를 5세(아니, 4세인가?) 조카가 보냄. 훌륭하다, 제군. 이다음에 학교 들어가면 꼭 반장 같은 사람이 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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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영주 2016.05.25 15:30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흠. 비슷한 추억이 있으시군요. 좀 놀란.

    뭐 이미 전별 보낸 대로 여차저차하고 이러쿵저러쿵했습니다(?)

    생일, 다시 한 번 축하드려요.

    • 마포 김사장 2016.05.25 17:22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소포, 잘 받았습니다.
      흐흐.
      무슨 영화 포스터인 줄...
      매우 근사함.
      일단 함구령이 내렸으니...

    • 조영주 2016.05.25 18:09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입이 근질거려 끙끙 앓습니다.
      월요일 간담회때 생각보다 길게 떠들 발언시간 주신대서
      고리원전 소녀상 세월호를 중심으로 미리 말할 거 짜는 중입니다. 흐흐.

  2. 김정희 2016.05.25 18:29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크린토피아 가시면 생일 앞뒤 1주일간 20퍼센트 할인해줍니다. 세탁물 맡길 찬스입니다

  3. 2016.05.25 22:5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4. 스컬리 누나! 2016.05.26 00:04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생일 축하 짝짝짝!

    오늘 다다음주에 있을 중학생 대상 도서관 학교 강의 ppt 만드는데 주제는 문학을 즐기는 법이어요... 거기에 북스피어 독자교정 얘기를 넣어볼려구요!
    북스피어 새싹들 만들어 볼랍니다 ㅋㅋ

    지난번 다른 도서관에서 장르문학 강의를 서ㅇ공리에 하셨다 해서 우리 도서관에도 한번 모시고 싶은데.... 당최 프로그램 담당자가 몰라주네요... 힝.

  5. 2016.05.26 00:3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6. 2016.05.26 08:08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CGV 회원이시면, 영화티켓 겸 영수증에 생일콤보 나옵니다. (생일자 -+7일)
    챙겨드시길. 공짜로 팝콘을 드실 수 있는 기회!

    명동에 씨네 라이브러리 cgv라는 곳이 있는데요.
    영화관 하나 통째로 도서관으로 만들었어요.
    어마어마합니다. 영화관련 읽을거리도 쏠쏠하고요. 북스피어 책도 있습니다+_+
    명동에 가실 날이 있으실때, 구경하시라고 추천!

    • 마포 김사장 2016.05.26 16:03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요즘 극장 구경 갈 시간이 통 없어서 말이죠(바쁜 척한다).
      곡성은 보고 싶지만, 아이피티비로 나오면 보겠다...
      추천은 감사히 잘 받겠사옵니다.
      고마워요, 자매님.

  7. the gunner 2016.05.26 08:21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생일 축하드립니다!!!

  8. 스컬리 누나 2016.05.26 15:45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http://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4204624&memberNo=24985926

    음.. 인터넷에 북스피어 검색했더니 .. 어떤 사람 트위터에 "북스피어 마포 김사장 같군 " 이란 멘트와 함께 링크된 카드뉴스.. ㅋ

    음. 정말 마포 김사장 같은 사람.
    이거 칭찬이죠? ㅋㅋㅋ

  9. 민아 2016.05.27 09:50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어머, 축하가 이틀이나 늦었네요~하지만 <사라진 왕국의 성>은 예약구매했답니다~~~
    그럼 축하를 엄청 일찍 한 건가요? ^0^
    생일 축하드리고 앞으로도 좋은 책 많이 내주세요~~

  10. 스컬리 누나 2016.05.27 10:49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늘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발간하는 오늘의 도서관이라는 월간지를 보다 보니...
    국민의 독서실태라는 코너에 도서 선호분야에..
    종이책은 소설1위, 장르소설 2위,
    전자책은 장르소설 1위, 소설 2위네요

    장르문학 앞길에 빛이 있으라..ㅋ

    참고로, 책선택시 이용하는 정보는 서점/도서관에서 직접 보고라는 답변이 1위. 그다음이 지인의 추천, 3위가 인터넷의 책소개, 광고. 4위가 신문등의 소개

    도서 입수 경로 및 구입처에 대한 답변은
    성인의 경우 51%가 직접 사서 본다. 학생의 경우도 사서 본다가 37%
    종이책은 오프라인 대형서점에서 주로 구입하고 전자책은 인터넷 포털에서 주로 구입한다네요...


    출처: 오늘의 도서관 6월호


  11. 박은미 2016.05.27 11:56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김사장님 늦었지만 생일 축하합니다~
    사라진 왕국의 성 두권 더 살께요.

  12. 뽀르꼬 2016.05.28 14:56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어맛! 김사장님 생일이셨군요~ 요새 바쁜 일이 하나 있다 보니 블로그에도 너무 오랫만에 왔기에
    지난 글을 한참 읽었습니다.
    댓글을 달고 싶은 글도 꽤 많았는데 너무 많아서 그냥 생일 축하로 퉁치기로~ (그래도 될까 싶은 글이 참 많았는데 말이죠..) 다행히 미미여사님 신간은 이미 구매했으니 생일선물은 한 셈인가요? (^^;;) 그래도 생일이셨다니 한 두어권 더 구매해 주변에 선물하겠습니다.
    세이초 다음 신간을 기다리며 그럼~

    • 마포 김사장 2016.05.30 10:00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흐음, 두어 권 구매하신다니
      그동안 '그래도 될까 싶은 글에 댓글 없이 지나가신 걸'
      퉁쳐드리겠습니다ㅎㅎ.
      세이초 신간은 6월에 꼭 내겠사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