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피어는 장르문학 작품이라면 뭐든 가리지 않고 영차영차 부지런히 내고 있지만, 그동안 이런저런 작품들을 만들면서 했던 결심(이랄까, 뭐 결심이라고까지 하면 거창한 감이 없지 않으니 그냥 편견이 생겼다는 정도로 정리해 둘까)이 한 가지 있다. 대관절 그게 뭔고 하니, ‘용(dragon)’이나 ‘슈퍼(super)’ 캐럭터가 등장하는 책은 가급적 지양하자는 것이다(안 내겠다는 건 아니거든!).
거기에는 필경 무슨, 나란 인간의 근원에 직결된 필연적인 원인이 승천하지 못한 이무기처럼 묵직하게 자리하고 있을 것이라고 우둔한 머리로 추측하는데, 대체 어떤 것인지는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아니, 지금까지는 잘 몰랐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이제 지구는 누가 지키지?>를 번역한 최내현 씨의 후기를 읽으면서 '슈퍼'에 관해서는 ‘아, 그런 거였어?’ 하며 무릎을 치고 말았다.
그러한 결심이 북스피어에게 도움이 될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그것은 옳으니 옳지 않으니 하는 기준으로 판단하기 곤란한 문제일지 모른다. 세상에는 옳은 결과를 초래하는 옳지 않은 선택도 있으며, 옳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옳은 선택도 있으니 말이다. 여튼 한 대목을 길게 인용해 본다.
슈퍼 히어로물은 상당히 미국적인 장르이다. 일단 슈퍼 파워라는 것 자체가 그렇다. 따져보면 우리 문화에서 슈퍼 파워를 가진 캐릭터는 손오공, 홍길동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 그나마 손오공이나 홍길동은 슈퍼 파워를 가지고 태어났다기보다는 수련을 통해 획득한 인물들이었고 익명성 속에 숨어 지내지도 않았다(홍길동은 심지어 율도국의 왕이 되었다). 하늘을 나는 능력은 대개는 선녀들에게나 있었지만 그 선녀들은 범죄에 맞서 싸우기는커녕 옷을 빼앗기면 하늘로 올라가지도 못해 애를 낳고 살아야 하는 약하디약한 존재들이었다. 심지어 공포의 대상인 귀신도 악몽을 꾸게 만들거나 (본인이 초래하는 스트레스로) 사람을 시름시름 앓게 하는 정도였지 특출한 슈퍼 파워를 발휘하지는 않았다. 기껏해야 머리를 풀어헤치고 저 한 켠에 서서 노려볼 뿐이었다. 맨발로 걸어 다녔지 공중을 둥둥 떠다니지조차 않았다. (반면 서양에서는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귀여운 귀신조차도 둥둥 떠다닌다.)
결국 하늘을 난다거나 몸이 자유자재로 늘어난다거나 사물을 투시한다거나 하는 슈퍼 파워는 우리 문화의 견지에서는 상당히 생소한 어떤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부 마니아층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슈퍼 히어로물이 미국처럼 보편적인 인기를 얻지 못하는 이유도 그러한 문화적 배경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일 수 있다. ‘슈퍼’가 우리에게 생소한 것이라면 ‘히어로’도 마찬가지다. 우리 문화는 다른 문화권만큼 ‘히어로’를 환영하지 않는다. 작은 예지만 마이클 조던이 활약하던 당시 9할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승률의 시카고 불스 농구팀은 어딜 가나 매진 사례를 기록할 만큼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우리 스포츠는 한 팀이 독주하면 전체 리그 자체의 흥행이 떨어진다. 개인의 리더십과 우월성에 열광하는 게 미국적 특성이라면 우리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슈퍼 히어로의 최초의 기원은 1917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고 하는 평론가도 있지만 대부분 이 장르는 1930년대 대공황기에 번성하였다. 공권력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도덕성과 슈퍼파워로 무장한 어떤 존재가 나타나서 해결해 준다는 것, 그래서 나를 보호해 준다는 미국 특유의 판타지는 가족제도와 가부장 문화가 강한 한국에서 그다지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것일 수 있다. 이렇듯 ‘슈퍼’도 ‘히어로’도 우리에게 친근하게 와 닿지 않는 상황에서 슈퍼 히어로물이 미국과 같은 큰 인기를 얻기는 힘들다.
by 최내현, <이제 지구는 누가 지키지> 역자후기 중
그런 거였던 거다. 단순하다. 판매자적 마인드와 취향이 적절히 버무려져서 도출된 결심이었던 거다. 그런데 이 책 <이제 지구는 누가 지키지>는 왜 만들었나. 어쩐지 밸런스가 맞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직한 진지함” 같은 게 느껴졌다고 할까.
프로레슬러는 자신의 연기가 허구의 세계에 속해 있다는 것을 분명히 자각하면서도 그 연기에 진지하게 임한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믿을 만큼 순진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 모든 것은 연기라고 업신여기지도 않는 것이다. 저자들은 그러한 자세로 하나하나의 작품들을 그려나갔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 소설가의 평가를 들어보자.
<이제 지구는 누가 지키지?>는 ‘평범한’ 히어로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파워는 갖고 있지만 완벽한 슈퍼 파워는 가지고 있지 않은 이들이다. 이 책의 히어로들은 그들 앞에 놓인 범죄나 악당들을 처리해야 할 뿐 아니라, 질투나 불안함 같은 인간적인 감정들도 다루어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점이다. 옛날에는 완벽한 히어로들과 끔찍한 악당들이 있었다. 이야기 안에는 뚜렷한 대비가 있었다. 반면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미성숙하고 완전하지 않다. 여기 실린 단편들은 실제로 사람이 아침에 일어나서 부담과 의무로 가득 찬 슈퍼 파워를 얻게 되었을 때 행동할 법한 상황을 이야기하는 데 더 가깝다. 그들은 진짜 감정을 가지고 있고,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불안에 떨며, 올바르고 진실한 길을 이어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나는 이러한 점이 지금의 트렌드라고 생각한다. 히어로는 현실적인 인간이어야 하며, 우리가 이야기와 관계를 맺을 때 우리 자신의 약점과 불안을 그들 안에서 볼 수 있어야만 한다. 이 단편집은 현대적인 슈퍼 히어로 이야기를 훌륭하게 보여 주었다. 마땅히 그래야 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할 방식으로.
추천사이니 만큼 전부 다 신뢰할 필요는 없겠지만, 한 번쯤 읽어볼 가치가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렇다. 그건 우리들의 판단이다. 독자분들은 어떨지. 읽고 감상 남겨주시라. 아울러, 책의 컨셉에 맞추어 이벤트도 진행하오니 관심도 가져주시옵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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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용
이 책에는 모두 18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그중 가운데 하나를 골라서 일러스트나 웹툰, 카툰으로 그려 주시면 된다. 이 부분은 설명이 필요한데 웹툰이라고 해서 뭐 거창하게 생각한 건 아니다. 시각적 효과가 있다면 어떤 형식이든 상관없고 재미만 있다면 뭘 어떻게 해도 괜찮다. 한 컷이어도 되고 여러 컷이어도 된다. 대사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된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패러디, 이런 거는 특히 환영하는 바이다. 뭘 어떻게 해도 상관없지만 <이제 지구는 누가 지키지?>의 내용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당연하지 않습니까, 책 좀 팔아보겠다고 하는 이벤트인데 ㅠㅠ)이 핵심이다.
2. 지원방법
1) 블로그가 있는 분은 본인의 블로그에 올리고 그 주소를 이 포스팅 아래에다 댓글로 남겨주시라. (트랙백을 걸어도 된다. 트랙백을 걸더라도 댓글은 남겨주시길.)
2) 블로그가 없는 분은 editor@booksfear.com으로 응모작을 보내고, 이 포스팅 아래에다 댓글로 남겨주시라.
3. 이해를 돕기 위해 이벤트 페이지를 게재한다.
덧) 간만에 잉그리소설, 간만에 양장, 간만에 최내현 사마 번역, 간만에 무리한 이벤트... 등등.
아울러 이 아래, 북스피어 막내가 그린 웹툰 하나 살짝 공개한다. 사장의 강압적인 명령에 힙입어 한참 동안 툴툴거리며 그린 건데, 일종의 샘플 되겠다. 창피하다며 접어놓으라고 (사장한테!) 그래서 일단 접어놓긴 했다. 펼쳐서 감상하시고 사기진작 차원에서 격려의 멘트 하나씩 날려주시면 가내 두루두루 복 받으시리라.
안구 테러 만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