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최고의 장르문학 에디터이자, 탁월한 서평가이기도 한 임지호 편집장이 『웃는 이에몬』의 출간을 끝으로 회사를 떠났습니다. 오늘 북스피어가 이만큼이나마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그의 역량 덕분이었습니다. 돌아보니 어느새 육 년. 함께 창업하여 60여 권의 책을 만들며 즐거웠습니다. 편집장님, 고생 많았수.

다시 새 사람을 뽑습니다. 앞으로는 박신양 편집차장이 편집장직을 맡아 수행합니다. 박신양 편집장과 함께 편집 업무를 맡아서 진행할 신입 편집자가 필요해요. 하여, 간만에 편집자 모집 공고 한 번 내봅니다. 아래와 같은 능력이 있는 당신, 관심 있으면 지원해 주세요.

1. 나는 외국어 사용 능력자다(특히 영문 소설 원서 대조 가능자).
2. 나는 문학에 일가견이 있으며, 한 ‘글빨’ 한다.
3. 나는 미스터리와 판타지, 에스에프 소설에 거부감이 없다.
4. 나는 블로그는 물론이고 각종 소셜 네트워크를 능숙하게 이용할 줄 안다.
5. 나는 동료들은 물론 필자나 독자 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1번과 2번, 3번은 필수 조건입니다. 4번은 가산점 있습니다. 5번은 가장 중요한 대목이라 ‘전혀’에 방점 한번 찍어봤습니다. ‘저는 내성적이라서’라거나 ‘제가 낯을 좀 가리는데’ 싶은 분은 상당히 송구하지만 지원을 지양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런 건 면접으로도 알기가 어려워요. 공연히 나중에 서로 힘들어집니다. 차라리 ‘너는 정말 발랑 까졌구나’ 같은 평을 듣는 분, 환영하는 바입니다.

출판사 소개는, 이 공간이 익숙하시다면 더 설명드릴 필요가 없을 듯하고, 이 공간이 처음이라면 ‘출판사 소개’란을 자세히 살펴보시면 됩니다. 근무조건은, 9시 30분에 출근해서 6시에 칼퇴근, 4대 보험과 월차 있습니다. 야근은 없고(굳이 하시겠다면 말리지는 않겠으나), 두세 달에 한 번 정도 독자 교정 및 독자 모임 등의 행사가 있는데 참가해도 되고 참가하지 않아도 됩니다(대개 참가하지 말라고 하면 섭섭해 하더라만).

급여는 연봉 1,500만원~1,800만원 사이에서 경력과 능력에 따라 저와 협상하시면 됩니다. 노파심에서 말씀드리지만 주문 업무나 정산 업무 등 자잘할뿐더러 상당히 귀찮은 업무도 맡아서 해야 합니다. 수습 기간은 3개월입니다. 급여의 80%가 지급되며 이 기간 동안에 본인이 회사와 맞는지 가늠해 보시면 됩니다.

지원 서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이력서
2. 독후감 두 편
(북스피어 도서 한 권, 타 출판사 도서 한 권). 분량은 알아서.
3. 북스피어에 대한 감상이 포함된 자기소개서(가령, 저 책은 이렇게 마케팅을 했다면 좋았을 텐데, 나라면 이 책은 안 냈을 텐데, 앞으로 요런 책을 내면 참으로 좋을 텐데, 나에게는 독자교정이나 이스터에그 외에도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는데 등등)

2번과 3번은 딱히 정해진 분량이 없습니다만 너무 길면 곤란하고 웃기면 가산점 있습니다. 글투가 ‘살짝’ 건방지다든가 이런 거 좋아합니다.

아울러 북스피어에 대한 감상이 포함된 자기소개서를 쓰시려는 분들께 한 가지 팁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아래는 『유혹하는 에디터 고경태 기자의 색깔 있는 편집노하우』라는 책에 있는 글인데, 제목은 “버림받지 않기 위한 자기소개서”입니다. 한 번 읽어보세요.

자기 소개서는 가급적 안 쓰는 게 좋다. 어딘가에 자기소개 글을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구직’과 연관되었을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최대한 ‘구직’에 도움이 돼야 하겠다.

신문사에서 신입이나 경력으로 후배 기자들을 뽑으며 드는 생각이 있다. 요즘은 취직난 때문에 대학에서도 ‘자기소개서 훈련’을 많이 하는 걸로 아는데, 실제 응시생들의 소개서를 보면 한심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회사의 인사 담당자들이 ‘자기 소개서’를 고르는 기준은 단 하나다. ‘이자가 회사에 어떤 도움을 줄까.’ 다른 내용은 별로 궁금하지 않다.

헌데 자기 소개서 첫 줄부터 자신이 얼마나 어렵게 살아왔는지를 장황하게 떠벌이는 이들이 있다. 거의 ‘자기도취’ 수준으로 찢어지게 가난했던 과거사를 구구절절 고백하는 글을 보기도 했다. 자신만의 독특한 생활철학을 지루하게 설파하기도 한다.

관심 없다. 아무리 문장이 보석 같아도 별 소용없다. 응시자가 그동안 어떻게 일을 익혀왔고, 이 회사에 들어와 어떤 도움을 줄지를 적어야 한다.

차라리 ‘내가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를 과장하는 편이 낫다(어차피 면접에서 또 검증되리라). 더불어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신뢰를 자기소개서에 담아야 한다.

인사 담당자들이 ‘자기 소개서’를 보는 시간은 때로 10초도 안 된다. 그 10초 안에 버림받지 않기 위한 몸부림. 그러니까 글은 생존의 무기다. 자기소개서야말로 무기 중의 무기다.
p. 261



내가 이 회사에 들어와 어떤 도움을 줄지… 제가 보기에, 이게 핵심입니다.

접수는 메일로만 받습니다. editor@booksfear.com 으로 보내주세요. 말머리로 [편집자 지원]이라고 달아주시고 서류는 파일로 첨부하시면 됩니다.

덧)
마감은 딱히 정해두지 않았습니다. 좋은 분을 만나면 다시 이 공간에 공지하도록 하지요.

도서출판 북스피어(www.booksfear.com)



WRITTEN BY
_호야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

트랙백  0 , 댓글  32개가 달렸습니다.
  1. 안그래도 트윗에서 떠나신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만...ㅋ
    또 좋은 인연 만나시길 바랍니다~^^ㅎㅎㅎ
    그나저나 웃는 이에몬은 이번주에는 만날수 있을까요?^^
    기다리고 있답니다..ㅋ
    • 네. 씨비스킷 님. 고맙습니다. (굳이 이렇게 따로 말씀드리지 않아도) 항상 고마워하고 있는 거 아시죠?

      웃는 이에몬은 이번 주에 서점에 나갑니다. (사고가 나지 않는다면) 책은 내일쯤 사무실에 도착할 터. 온라인 서점에는 주중에 등록될 테고 오프라인 서점에는 주말에 깔릴 듯합니다.
  2. 어쩐지 글이 안 올라온다 했더니 이런 거였군요ㅡㅡ
    항상 찾아갈 때마다 반가운 얼굴로 맞아 주셨는데...저희를 버리시고 어디로 가시나요ㅠㅠ
    끝까지 쫓아갈까봐요^^
    • 쫓아가신 김에, 제 안부도 전해주시와요. 북스피어 사장님은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가을 전어를 굽고 계시더라고...
  3. 그러게....요. 호야님이 왜 그만두시나요?? 왜요?????
    음... 내가 보러 갈때까지 좀 계시지!!!! 흠.

    아쉽구료... 어딜 가든 승승장구하시고.

    사장동생도, 좋은 편집자 만나시길 바래요.
  4. 호야님은 좋은 출판사로 옮기신다니 축하드릴 일이지만, 북스피어와 정문금추님이 걱정이네요...
    호야님처럼 좋은 편집자를 만나셔야 할텐데...

    그나저나 입사조건 1~5를 읽어보니, 이건 딱 저로구만요...ㅋㅋ
    이참에 북스피어로 확 옮겨버릴까요?
    이번에 행책에서 <상사가 없는 월요일>이란 신간이 나오는데,
    행책 식구들도 '사장이 없는 행책'이라면 아마도 만세삼창할듯...ㅋㅋㅋ
    • 저도 걱정입니다. 사람 뽑는 거 너무 어려운데. 하지만 얼마전 청어람미디어 사장님 말씀이 지금 청어람도 편집자와 영업자, 편집장까지 새로뽑고 있는데 이직의 계절이어서인지 좋은 분들이 많이 지원하더라고 자랑하시더군요. 북스피어에도 좋은 분이 지원해 주시겠지요 뭐. 아직은 여유가 있어서 느긋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
  5. 카메라이언 2010.11.16 00:18 신고
    합정역 부근에 사는 최근 백수가 된 편집자 c양에게 이력서 넣으라고 다그쳤어요... ... ... 'ㅂ'
    • 카메라이언 님이 소개해 주는 분이라니, 그 c양에게 가산점 있다고 슬쩍 귀뜸해 주세요. 흐흐.
    • 카메라이언 2010.11.16 11:54 신고
      전에 덕수궁에 몰래 가서 책 사간 친구입니다. 'ㅂ' 무슨 책 사간지 말하면 들통날 위험이 많으므로 비밀.
  6. 호얍니다. 인사라도 하고 가야 도리이겠으나 퇴사하는 주제에 블로그에 당당히 포스팅하기도 우스워 소리소문없이 나왔습니다. -_- 여전히 책 주위에 머물고 있을 테고, 북스피어 블로그에는 독자로서 종종 난입할 예정이오니 내치지들 마시길 ㅠㅜ
    • 카메라이언 2010.11.16 11:53 신고
      와앗 난입 기대... ... 북스피어 사무실 난입인증샷 "내가 없다고 책 그렇게 내기얏!" h모 전 편집장 흥분 발차기 사장님 한 방에 발라당! 같은 설정샷 부탁드려요 'ㅂ'
    • 아니, 이게 누구신가. 집 나간 편집장... ㅎㅎ 미안. 내가 심심한가 봐.
    • 북스피어 제 **회 독자교정 선발 과정에서 전 편집장에 특혜를 준 사실이 드러나 논란...같은 거 생기면 재밌을텐데요 ㅋㅋ
    • 독자 교정자 선발 과정에서 사장이 떡값 받아... 북스피어 독자교정 알고보니 떡값교정... 우헤!(라는 건 <얼간이>에 나오는 고헤이지가 자주 쓰는 감탄사)
    • 카메라이언 2010.11.17 02:25 신고
      독자 c모씨 "이제는 말할 수 있다. h모 편집장은 도s"- 독자교정 선발 특혜의혹은 "글쎄?"

      최근 북스피어를 떠난 h모 편집장의 독자교정 선발 특혜의혹에 대해 독자 c모씨가 본지에 트위터로 긴급 제보 멘션을 날렸다. C모씨는 "h모 편집장이 북스피어를 떠나기 전 심각한 도S의 자질을 보였다."며 "덧글을 달아라. 연재를 해라. 이벤트에 참여하라며 독자를 부추겼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특혜의혹에 대해서는 "케이크에도 안 넘어갔다. 이름도 기억하기 힘든 긴 이름 케이크를 보냈는데도 소용없었다. 도s답게 웬만한 금품에는 끄떡 않는 듯하다."며 칭찬인지 불평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멘션을 남겨 본지를 당황케 했다.

      - 덧글이 재미있기에 새벽에 덧글로 조씨기담집 쓰다갑니다. 키득키득.
    • 엉엉, 꼭 자주 놀러 오셔야 해요.T_T
      그나저나 댓글에서는 해괴한 루머가 생산되고...(?!)
  7. 1번에서 좌절하고 마는......ㅋㅋ 그래도 멋진 분을 찾으시길 빌게요 언젠가 나도 지원가능한 날이 올런지 ㅋㅋㅋ
  8. 아앗, 호야님께서 떠나셨다니
    눈물이 그치질 않습니다 ㅠㅠㅠㅠ;;;
    북스피어도 곧 좋은 편집자분이 오시길 기원하겠지만 허전하네요. ㅠㅠ;;
  9. 메인 이미지가 <웃는 이에몬>으로 바뀌었네요^^
    저는 어제 주문, 교고쿠님 땜에 토요일에 배송된대요. 그래도 뭐, 즐겁게 기다리렵니다ㅋ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책을 만드실 호야님도 새 편집장님, 새 식구와 함께할 북스피어도 행운이 가득하길 빕니다.^__^
    • 고맙습니다, 미미 님. 아직 배본중이라 배송이 늦어지는데도 즐겁게 기다려 주신다니 계속 감사. 편집장님도 북스피어도 함께 각자 열심히 하기로 복숭아를 먹으며 다짐했으니 잘 될 겁니다. 잘 돼야 해요. 후후.
  10. 일서대조만 되고 글빨이 안되어 침만 흘려봅니당 좋은분이 오셔서 북스피어에 복을 팍팍 불어넣어주심 좋겠어요!
    그렇게만 되면 북스피어도 좋고 독자도 좋고 윈윈!
    • 그렇군요. 일본어 능력자 분이 몇 분 지원하셨습니다만, 아쉽게도 북스피어에는 이미 걸출판 일본어 편집자가 있기 때문에. 영문 원서 대조가 가능하셨다면 좋았을 텐데. 여튼, 감사.
  11. 헉. 호야님 떠나시는군요.;; 북스피어 터줏대감이신 분으로 생각했는데 아쉽습니다.
    좋은 분 오셨음 좋겠습니다. 호야님도 북스피어도 새 편집장님도 잘 되시길 바랍니다.
    음. 그나저나 저도 일서대조만 되는 중생이라서 슬프네요......하하하;;영어는 제로.......;;;
    • 네. 계속되는 일서 대조 능력자 댓글이로군요. 주위에 영문 원서 대조 능력자가 있으면 지원하라고 권유해 주시와요.
  12. 영문 대조 능력이란게, 번역문과 원문을 비교하고 번역 오류를 잡아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까?
    그렇다고 한다면 속도에 있어서 요구하시는 기준이 있습니까? 하루에 몇장 대조, 이런 식으로..
  13. 읭, 저 영어 일어 다 되는데... 한 번 지원해 볼까요. 키키키.
    휴 그나저나 역시 호야님이 안 계시는 북스피어는 뭔가 허전할 것 같아요;ㅅ;
secret